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삼성 비리 의혹 폭로/ '검찰 로비 리스트' 쥐고 삼성 수사 압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삼성 비리 의혹 폭로/ '검찰 로비 리스트' 쥐고 삼성 수사 압박

입력
2007.11.06 00:03
0 0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는 '최후의 카드'를 언제 꺼낼까.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을 제기했던 김 변호사가 5일 기자회견에서 예상과 달리 결정적 물증을 내놓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조금씩, 그러나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 의혹을 제기해왔다. ▦임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금품 공여 등을 통한 검사 40여명 조직적 관리 ▦이건희 삼성 회장의 '로비 지침'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에 대한 로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 과정에서의 증거 및 진술 조작 의혹 등의 수순이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관련 물증을 내놓지 않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에는 미진하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제기한 의혹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김 변호사의 전략을 검찰 수사를 끌어내기 위한 '외곽 때리기 수순'으로 풀이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마냥 미룰 경우, 또는 수사가 시작된 뒤에 물증을 내놓아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삼성이 내세운 희생양만 처벌하는 수준에서 종결되는 '꼬리 자르기'의 가능성'을 우려해 검찰에 직접 고발하지 않은 것도 '최적의 시기'를 위한 저울질 아니냐는 것이다.

최후의 카드는 역시 삼성에버랜드 증거 및 진술 조작 관련 물증과 법조계 로비 명단일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수시로 "내 목표는 삼성이 아니라 '삼성=이건희'라는 등식"이라고 주장, 지배구조를 문제로 삼았다. 편법 상속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삼성 지배구조와 결부돼 있는 사안이다. 법조계 로비 명단의 경우 수사 착수를 압박하고 수사 내용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수사 착수 시기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결국 검찰이 이번 사안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참여연대가 이번에 제기된 삼성 관련 각종 의혹 관련자를 6일 고발키로 함에 따라 검찰은 고발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일단 비자금 조성 의혹이 먼저 수술대에 오르겠지만 관건은 역시 에버랜드 사건의 부활 여부에 모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들인 허태학, 박노빈씨를 기소했지만 그것으로 수사가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공소시효 임박으로 인해 우선 이들을 기소했을 뿐,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공모 여부는 계속 수사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 이후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검찰의 공식 입장이 나온 상황이다.

김 변호사의 추가 폭로와 참여연대의 고발은 삼성 에버랜드 수사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 측이) 증거를 조작하고 거짓 진술을 사주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을 내놓는다면 검찰의 수사 속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