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 이후 활동이 뜸했던 뮤지컬 배우 남경주(43)가 17일부터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벽을 뚫는 남자> 의 주인공 듀티율로 무대에 선다. 거의 1년 만에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그는 “연기를 밀도 있게 하고 싶어 일부러 휴식기를 가졌다”고 했다. 벽을> 에비타>
“예전보다 한결 여유 있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쉬면서 삶의 교훈을 참 많이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해 조바심이 난 것도 사실”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재작년에 늦장가를 들고 보니 아기자기한 인생의 재미를 좀 더 느끼고 싶더군요. 그래도 바삐 움직일 때 열정이 살아나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뮤지컬 무대에서 떨어져 지내는 게 편하지 만은 않았어요.”
뮤지컬 출연은 쉬었지만 최근까지도 그는 부산, 울산, 사천, 거제 등지를 오가며 직접 기획ㆍ연출한 뮤지컬 콘서트를 여느라 바빴다.
문화 소외 지역 주민들이 뮤지컬과 친숙해지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 동안 너무 욕심쟁이처럼 사랑을 받기만 했다는 깨달음도 쉬면서 얻은 수확 중 하나다. 오랜만에 출연하는 작품으로 <벽을 뚫는 남자> 를 선택한 것도 “인생의 교훈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본만 읽어 봐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벽을>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안에 숨겨진 희망을 표현하고 있거든요.” 1996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는 프랑스의 국민작가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평범한 공무원 듀티율이 어느날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인생이 뒤바뀌는 과정을 그린다. 벽을>
남경주는 지난해 2월 한국 초연 때도 이 작품의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공연 중이던 <아이 러브 유> 와 일정이 겹쳐 포기해야 했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벽을 뚫는 남자> 가 평소 호기심 많은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지금까지도 엉뚱하게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닌다는 그다. 벽을> 아이>
“지하철을 타고 이런 저런 풍경을 볼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배우가 색다른 직업인 것은 맞지만 배우를 하는 사람 자체는 평범하다는 진리를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죠. 전에는 제가 참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지하철의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속해 있고 그들의 모습을 반영한 연기가 아니면 거짓 연기인데도 말입니다.”
82년 연극 <보이체크> 로 데뷔해 서울시립가무단과 서울예술단, 롯데월드 예술극장을 거친 그는 데뷔 직후부터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20년 넘게 한국 뮤지컬의 대명사가 돼 왔다. 그렇기에 그는 이제 배역 욕심을 내기보다 즐기면서 일하는 게 꿈이다. 보이체크>
“앞으로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고 해요. 특히 무대 작업은 이기고 지는 경쟁이 아닌 하모니가 중요한 일이니까요.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조화로운 삶에 대해 가르칠 겁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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