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문대학을 향해 개혁의 기치를 든 서남표호(號)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내부 진통이 시작됐다. 침묵을 지켰던 교수들이 서남표 총장 개혁 스타일에 본격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5일 KAIST에 따르면 교수협의회(회장 최광무·전산학과 교수)는 최근‘총장님께 드리는 글’을 서 총장에게 보내 테뉴어(정년보장) 등 개혁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숨가쁘게 제도 개혁을 밀어붙여 교수들 사이에서 긴장이 팽배했으나, 반발 의견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교수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교수 승진 7년 이후’에서 ‘임용 8년 이내’로 앞당긴 테뉴어 제도에 모아진다. 최 회장은 “KAIST의 기존 테뉴어 제도는 총장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테뉴어를 받은 후 게을러질 것을 걱정한 것”이라며 “KAIST 설립 이후 공식 탈락률(1.2%)은 높지 않지만 조용히 학교를 떠난 교수가 적지않다(총 이직률 16.6%)”고 주장했다. 기존 제도에서도 충분히 경쟁이 이루어져왔다는 것이다.
또 해외 유명 학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승진 테뉴어 심사에 반영한 데 대해“추천서 장사를 다니는 교수는 남고, 비록 영향력 있는 논문은 쓰지 못했지만 조용히 국내산업에 큰 기여를 한 교수는 떠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옥석을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사람은 학과장과 교수들”이라며 학과장의 권한 강화를 요구했다.
교수들은 개혁 자체에 대한 반발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기존 제도에 따라 테뉴어 심사를 기다려온 50대 이상 교수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서 총장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들에게 상처를 주고 불안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10월 15명의 교수가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학교측이 교수 자존심은 아랑곳 않고 개혁 성과 홍보에 여념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 총장은 전체 교수에게 보낸 영어 이메일에서 “인사 결과를 언론에 알리지 말도록 했으나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나도 고민은 하지만 결단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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