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49) 변호사는 삼성의 핵심 조직인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으로 근무하며 '초특급'대우를 받았으면서 왜 삼성 관련 의혹을 폭로했을까. 김 변호사의 폭로를 지켜보는 이들이 갖는 최대 의문이다.
김 변호사의 5일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폭로 배경은 간단하다. 김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둔 뒤 변호사 생활에 자신이 없어 삼성에 입사했고, 7년의 근무기간 동안 삼성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직적 로비를 시도하는 행태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삼성과 결별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에 들어간 것은 인생의 실수다. 나에게는 죄인으로서 힘든 여정만 남았다"며 폭로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와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는 한 달 전에 노출됐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면서 "삼성이 법무법인에 압력을 넣어 퇴사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한 신문에 쓴 대기업 관련 칼럼을 트집 잡아 삼성이 "반기업적인 변호사가 근무하면 곤란하다"며 법무법인에 압력을 가해 자신을 몰아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변호사는 삼성 재직시 경험한 삼성의 '불법 행태'를 고발할 지를 놓고 고민하다 삼성이 개인의 송사까지 개입한다는 판단이 들자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폭로 동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삼성 측은 "폭로 배경이 순수하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7년 동안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102억원을 받았다.
또 삼성에서 퇴직한 후에도 올해 9월까지 3년 동안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000만원을 받았다. 삼성에서 근무하던 기간 중이나 퇴직 후 고문료를 받아 온 최근까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다가 고문 계약이 끝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삼성은 이날 김 변호사 측이 폭로 직전에 삼성 측에 '협박성 편지' 3통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을 사직한 것은 내부 변호사들과의 갈등과 개인적 비리 때문이며, 삼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삼성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 시각은 엇갈리지만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사시 25회) 변호사는 "동기가 무엇이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법조인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양심선언을 한 것은 평가한다. 과장된 측면이 있더라도 검찰도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간부들의 시각은 대체로 싸늘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는 "떡값이다, 로비다 하면서 검찰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도 "이번 사건으로 기업 내에서 '사내 변호사는 믿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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