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가난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의 불우했던 생애는 이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는 붓과 물감이 아니라 영혼과 내면으로 그림을 그린, 지상에 유배된 천상의 화가였기 때문이다. 절망을 무릅쓰고 터져나오는 희망의 아우성, 슬픔과 고통을 품고 일어서는 생명의 약동은 반 고흐가 아니면 선사할 수 없는 지복의 선물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4일 개막하는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은 한국 미술전시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전시다. 전 세계가 가장 편애하는 화가인 반 고흐의 유화 45점과 드로잉 및 판화 작품 22점 등 총 67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반 고흐 회고전이다.
이는 1990년 작가 사망 100주기를 기념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미술 강국 프랑스에서도 반 고흐는 그룹전으로만 소개됐고, 일본에서도 2005년 반 고흐의 작품 35점을 다른 작가들과 묶어 소개한 기획전이 열렸을 뿐 개인전은 열린 적이 없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반 고흐 미술관과 네덜란드 오텔로의 크롤러뮐러 미술관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고흐는 화가로 산 10년 동안 879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절반이 이 두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세계 각지에 몇 점씩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전시는 반 고흐의 삶의 궤적을 따라 연대기순으로 구성된다. 가난한 농민사회의 처참한 생활상을 어두운 화폭에 담은 초기 네덜란드 시기(1880-1885), 인상파의 빛을 발견하면서 초기의 어두운 색채에서 벗어나 밝은 색채를 도입하기 시작하는 파리 시기(1886-1888), 프랑스 남부의 강렬한 채광을 통해 색채의 신비를 마음껏 구사한 아를 시기(1889), 정신병원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연을 묘파한 생레미 시기(1889-1890), 자살하기까지 생의 마지막 79일을 보내며 80점의 풍경화를 그린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 등 5개 영역으로 나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파리 시기의 ‘자화상’과 생레미 시기의 ‘아이리스’.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오베르 교회’와 함께 반 고흐 5대 걸작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국내 전시사상 최고인 1,400억원의 전시 보험가액 중 ‘자화상’과 ‘아이리스’의 보험가액이 각각 1,000억원에 달할 정도의 걸작들이다. 특히 ‘아이리스’는 반 고흐 미술관 밖으로는 한번도 반출된 적이 없는 작품으로 서울이 최초의 해외 나들이다.
이밖에 반 고흐의 또다른 대표작인 ‘씨 뿌리는 사람’과 ‘노란 집’, ‘우체부 조셉 룰랭’,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 등도 선보인다. ‘감자 먹는 사람들’과 ‘슬픔’은 판화로 소개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전시 커미셔너는 “반 고흐전은 전 세계에서 항상 대여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100년에 한번 열릴까말까 한 미술 전시의 월드컵”이라며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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