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펀드를 고를 때 눈여겨 보는 것이 수익률이다. 펀드가 투자하는 자산이나 시장상황 등 막연한 전망보다는 숫자로 찍히는 과거 성적표가 일단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난 펀드라고 해서 출시후 줄곧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아니다. 2,3년간 수익률은 몇백%가 나고 있더라도 최근 몇 달간 성적은 마이너스를 기록중인 ‘들쭉날쭉’형도 적지 않다. 가입시기를 잘못 택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뜻. 달리기로 치자면 단거리, 중장거리, 마라톤 전문 선수가 따로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라면 과연 어떤 선수를 골라야 할까.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주식 편입비율이 70%를 넘는 국내 일반주식 성장형 펀드 가운데 3년 이상 운용된 펀드들의 기간별 수익률을 분석해 봤다. 편의상 단기간을 최근 6개월로, 중기를 최근 1년, 장기는 최근 3년간 수익률로 잡았다.
100m부터 마라톤까지 고루 잘 뛴 펀드는 단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주식형’ 펀드. 포스코 삼성전자 두산 동양제철화학 NHN 등 우량 대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6개월 성적은 물론, 1년, 3년 성적까지 모두 상위 2% 안에 들었다. 3년전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수익률에 맘 졸인 적 한 번 없었던 셈이다.
같은 회사의 ‘드림타겟주식형’과 ‘솔로몬성장주식1’도 6개월, 1년, 3년 수익률이 각각 상위 4%, 6% 안에 들어 미래에셋의 이름값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펀드마다 투자대상과 운용사에 따라 장단기 수익률은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유리자산운용의 ‘스몰뷰티주식C’의 경우, 3년 수익률은 상위 2%(294.46%)에 들 정도로 높았으나 6개월(상위 99%)과 1년(상위 85%) 수익률은 거의 꼴찌권이다. 지난해부터 중소형주의 부침이 컸기 때문이다.
펀드명에서도 드러나듯 저평가주에 투자해 장기 성과를 노리는 신영투신운용의 ‘마라톤주식(A형)’은 3년 수익률(238.96%ㆍ상위 4%)에 비해 6개월(40.20%ㆍ상위 55%)과 1년(65.72%ㆍ상위 36%) 수익률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펀드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를 전제로 한 상품인 만큼, 우선적으로 마라톤 성적이 뛰어난 선수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3년 정도의 장기 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그 기간동안 증시의 호재와 악재를 모두 견뎌냈다는 의미여서 그만큼 믿을 만 하다는 것.
그렇다고 단거리 성적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 단기 성적이 안 좋다면, 그 이유가 전반적인 시장상황 때문인지, 내 펀드가 유독 나쁜지를 가려 환매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 역시 들고나면 끝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투자상품”이라며 “장기 성적을 기본 판단기준으로 삼되, 중ㆍ단기 성적까지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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