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쁩니다. 기쁘다는 말 밖에는…”
소말리아 해적들로부터 석방된 마부노 1, 2호 선장 한석호(40)씨는 4일 피랍기간의 고통이 심하고 길었던 만큼 석방됐다는 감격에 겨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예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석방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해 아직도 피랍상황의 긴장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선원들의 건강에 대해 그는 “풀린다고 하니 (긴장이 풀려) 이제 조금씩 아프다는 사람도 있지만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석방을 위해 애쓴 가족과 해상노련 관계자, 부산 시민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며 “이제 석방됐으니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와 그리움을 표시했다.
현재 두바이에서 선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50)씨는 사선을 넘나들었던 선원들의 고통과 협상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했다.
안씨는 “해적들은 선주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환각성분이 있는 ‘카트(khat)’란 잎을 씹은 뒤 공포탄을 쏘고 구타를 일삼았다”며 “시달리다 못한 선원들은 ‘인근 군함에 포를 쏴달라고 해달라’, ‘배에 불을 지르겠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석방합의 후 해적들이 인근에서 (지난달 28일) 납치한 일본 배에서 연료를 가져오다 미군 군함이 공격하자 한국인 선원들을 선상에 집합시켜 손을 들게 하는 등 ‘방패막이’로 세워 공격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해적을 공격한 미 군함은 마부노호로 연료를 싣고 오는 해적의 배를 공격하다 마부노호에도 총을 쐈고, 이 파편에 한석호 선장이 맞아 경상을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씨는 “해적들의 석방요구액을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해적들도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져 명령계통이 일원화되지 않아 협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납치기간 장기화로 스스로 지친 데다 부족 원로들이 압박을 가하면서 요구액을 대폭 낮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협상과정을 전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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