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국이 정계 개편의 격랑을 타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 참패해 곤경에 처해 있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제1 야당인 민주당에 대연립 정부 구성을 제의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2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와 두번째 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국가의 정책 원만한 정책 수행을 위해 신체제를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제안을 했다"며"이는 연립제안이라고 해도 좋다"고 밝혔다.
의외의 제안을 받은 오자와 총리는 회담 후 민주당에 돌아가서 간부회를 소집, 논의에 붙였다. 오자와 대표는 간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쿠다 총리가 우리당에 연립정권을 제의했다"며 "그러나 민주당 간부회의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해 후쿠다 총리에게 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자민당의 연립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지난번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민의에 반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져 결국 만장일치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금 정권과의 연립보다는 민주당이 스스로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후쿠다 총리가 정국 안정을 위해 빼든 최후의 카드가 민주당에 의해 거절됨으로써 향후 정국이 더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민당과 민주당 사이에 대화의 길이 차단돼 양측의 정면대결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국은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라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후쿠다 총리는 예상보다 일찍 연정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리게 됐다.
자민당 내에서는 다른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오자와 총리가 연립 제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이는 선거 후 새로운 재편을 예상한 행보"라고 주장했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ㆍ여당은 그동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특히 자민당 안팎에서는 정개 개편을 시야에 둔 제언들이 속출했다. 정치 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지난달 "어떻게 되든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가 있을 것인데 그 후 (자민당과 민주당이) 대연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함께 가야 할 당"이라고 주장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인생에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데 하나 추가하자면 설마도 있다"며 극적인 정계 개편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오자와 대표는 회담 전부터 "대연립은 없다"고 분명히 밝혀 왔다. 그러나 일본 정계에서는 오자와 대표가 과거 정계 개편을 주도했던 '정치 9단'이라는 점에서 "대연립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당황하는 표정이다. 자민ㆍ민주 대연립이 성사될 경우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로부터는 "2대정당제의 파괴" "밀실정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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