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결정을 앞두고 2일 오후 지방으로 내려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사흘째인 4일 측근들과 연락을 끊고 마지막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 전 총재를 수행해 온 한 측근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 전 총재는 우리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 떨어져 부인 한인옥씨와 단 둘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결심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이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3시간 거리"고도 했다. '충청에 계시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이 전 총재는 고향인 예산에서 하루 머문 뒤 3일 오후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흥주 특보는 4일 이 전 총재와의 지난 밤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특보는 "'여론이 굉장히 긴박하게 목을 조르고 있는 만큼 최종 결단을 빨리 하셔야 겠다'고 하자 이 전 총재는 '알겠다'며 짧게 답했다"고 말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이번 주를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며 "금명간 결단을 내리고 그 내용이 어떻다는 통보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통화 목소리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자신에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미 결심을 끝내고 입장 발표 날짜만 조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른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이르면 5일, 늦어도 7일까지는 서울에 올라올 것"이라며 '8일 출마 선언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전 총재의 귀경이나 입장 발표가 곧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 전 총재 주변 기류도 긴박함이 감돌았다. 마치 군대가 출전명령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이 특보는 "아직은 상황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아서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면서 "하지만 이 전 총재가 말하고 나면 곧바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박종웅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 모임인 '민주연대 21' 회원 20여명은 3일부터 이 전 총재의 서빙고동 자택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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