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이틀간 학부모 간담회와 한국교총 토론회를 통해 여러 교육 공약을 발표했다. 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없애는 대신 국가 공인 영어 인증제를 실시하겠다는 안과 우수 공립고 300개를 골라 기존 학교보다 운영예산을 50% 더 지원하겠다는 부분이 관심을 끈다.
수능 시험은 1994학년도에 도입된 이후 그나마 대학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시험으로 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영어를 제외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말하기 위주인 영어 인증제를 도입하면 "(영어가) 능숙한 학생은 이미 어느 수준의 인증 점수가 되면 해방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토플 몇 점 이상이면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식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고교까지의 영어 교육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능력을 고루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수능 영어시험도 그런 능력 전반을 측정한다. 말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학에 가서 영어 원서를 못 읽는 것도 큰 문제다. 그렇게 해서 영어 과외가 줄어들지, 영어가 빠진 수능을 대학들이 받아들일지부터 의문이다.
특히 고교까지 영어 교육 시간을 3배(2,700시간)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다른 과목 시간은 줄이겠다는 것인지, 총 수업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또 교육부는 대학에 관한 한 손을 떼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를 시행해도 관여치 않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지난달 10일자 사설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교육 공약을 평가할 때도 우리는 논쟁적인 부분은 피해 가고 소요 예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약이라는 것이 부풀리기가 좀 들어가는 법이지만 이런 정도로 해 가지고는 정 후보나 이 후보 누가 집권하더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교육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그대로, 아니 더 극심한 형태로 계속될 것이다. 범사회적 논쟁과 대립을 단기간에 마무리 짓고 사회적 합의를 실천하려면 청사진이라도 제대로 짜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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