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내주 초께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 방침도 굳혔으나 출마 선언은 향후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이 전 총재가 출마 결심을 거의 굳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다”며 “대선 출마 선언의 전 단계로 우선 내주 초 한나라당을 탈당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이날 이 전 총재에게 2002년 대선자금 잔금의 내역과 사용처 공개를 요구하며 정면 대응에 나선 것도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 쪽으로 결심을 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이 이 전 총재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대선 잔금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 전 총재의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이 둘로 갈라지면서 이 후보의 일방 독주로 요약됐던 대선 판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재는 이날 MBCㆍ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22.4%의 지지율로 20% 벽을 깨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13.1%)를 제치고 이 후보(40.3%)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장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전 총재가 떳떳하게 대선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차떼기 정당 누명을 쓰게 만든 2002년 대선 잔금의 용처에 대한 국민 의혹을 털어야 한다”며 “출마하려면 이 내역부터 밝혀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최병렬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와 당 사이에서 듣거나 보고받은 대선자금 관련 내용을 깨알같이 적은 수첩을 2002년 본 적이 있다. 이 전 총재도 연관될 수 있는 중요한 수첩이다”며 “최 전 대표는 그 수첩의 내용을 공개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수첩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선자금 모집과 잔금 사용 내역 등이 적힌 수첩”이라며 “대선자금 처리에서 정말 폭발력을 갖고 있는 수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이 전 총재를 향해 “주위 권유든, 본인 스스로의 판단이든 대선 출마 계획이 있으면 그 계획을 빨리 밝히고 떳떳하게 정치를 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이 사무총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보고받고 “본인이 혼자 판단해서 왜 함부로 기자회견을 하느냐”며 불쾌해 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 최 전 대표는 대선 잔금 수첩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또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이 사무총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이렇게 막가는 행태가 한나라당이 대선을 준비하는 모습이란 말인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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