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올리는데 우리도….”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정비를 대폭 인상한데 이어 시ㆍ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들도 의정비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교육 재정이 파탄 상황인데다 교육위원회의 연중 회기(60일)가 지방의회(130일)의 절반에도 못미칠 만큼 교육위원의 역할과 기능이 지방의원에 비해 훨씬 제한적인데도 불구, 이들은 “교육위원이 법률상 광역의원 예우를 받는 만큼 의정비도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한다”며 두자릿수 이상의 연봉 인상률을 책정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학부모ㆍ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 및 교육위원의 연봉 삭감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경북도교육위는 지난달 30일 내년 의정비를 올해보다 24.5% 인상한 4,095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경북도의회의 의정비 인상률(17%)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경북도교육위는 472명이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의정비를 현행대로 유지(36%)하거나 삭감(23%)하자는 의견이 59%에 달해 인상(36%) 의견보다 훨씬 많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심의위원인 김영민 김천YMCA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인상을 전제로 논의를 하고, 회의 발언이 교육위원에게 전달되는 등 심의가 독립성을 보장 받지 못했다”며 중도사퇴하기도 했다.
울산시교육위와 충북도교육위도 의정비를 각각 24% 올린 4,730만원, 4,020만원으로 결정했다. 두 곳은 지난해 유급제 도입 당시 “지방교육 재정이 파탄 상태인 상태에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며 유급제 거부를 결의해놓고도 나중에 못이기는 척 유급제를 수용해 비난을 사더니 이번엔 전국 최고 수준의 인상률을 밀어붙여 확정지었다. 울산시교육위는 의정비를 시의원과 동일하게 맞춰 줄 것을 의정비심사위원회에 건의해 학부모ㆍ교원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위는 ‘20%대 인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19.9%를 인상하는 꼼수를 썼다. 심의위 측은 “교육위가 2010년 광역의회로 통합되는데, 현행 의정비는 시의원의 70% 수준밖에 안돼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광역의원 의정비가 인상의 빌미가 됐음을 밝혔다.
대구의 경우 시의회는 의정비를 동결했지만 교육위는 16.8% 인상, 향후 교육위 의정비 조례안의 시의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가 교육위 의정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각각 1,800여만원, 500여만원을 삭감했다.
충남도ㆍ경남도교육위 등 일부 교육위에서는 물가상승률과 공무원보수 인상률 등을 고려해 4~5%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 전국 교육위의 의정비 랭킹 1~3위인 경기도ㆍ서울시ㆍ부산시교육위는 올해 의정비를 동결했지만 내년에는 인상할 예정이다.
막판까지 지방의회와 타 교육위의 인상률을 살피느라 시한(10월31일)을 넘긴 곳도 있다. 광주시ㆍ전남도교육위는 타지역 교육위 눈치를 보느라 아직 의정비 심의위원(10명)조차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ㆍ인천시교육위도 인상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한을 넘겨 의정비 인상을 결정할 경우 법적 논란이 생길 소지가 크다. 교육위 의정비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의정비 결정 시한을 10월 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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