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축구의 전도사’가 축구 명가를 부활시켰다.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막판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 왔다. 시즌 중반 12연속 무승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지 못했던 팀이었던가 싶은 무서운 기세다.
변변한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이 ‘대표팀급 스쿼드’를 자랑하는 울산과 수원을 차례로 격파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미 FA컵 결승에 진출한 포항은 K리그 사상 최초의 리그와 FA컵 동시 석권에 도전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포항의 돌풍은 브라질 출신의 젊은 지도자 세르지오 파리아스(40) 감독의 두뇌 속에서 비롯됐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이 이처럼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가는 조직력을 갖추게 한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에 전적으로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아스 감독은 작은 쇳조각들을 한데 녹여 단단한 강철로 제련하는 용광로를 연상시킨다. 이동국(미들즈브러), 오범석(요코하마) 등 키플레이어를 잃었지만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이들의 공백을 메웠고 시즌 중반의 침체를 이겨내고 전열을 재정비해 팀을 ‘가을 잔치’의 주인공으로 재탄생시켰다.
파리아스 감독의 지도력은 유연한 사고와 칼 같은 결단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평가다. 선수단의 자율을 보장하면서도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메스를 댄다.
지난 4월 창단 이후 최다인 12연속 무승의 부진이 이어지자 선수단 전원에게 합숙 훈련을 지시해 분위기를 다잡았다. 평소 선수들의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던 것과 대조적인 조치였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는 선수들에게 여유를 주며 큰 승부를 앞둔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담감을 덜어줬다.
선수들에게 시시콜콜 지적하는 일이 없다. 부진한 플레이를 펼쳐도 언성을 높여 질책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팀 전술에 녹아 들지 못하고 겉도는 선수들은 절대로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는다. 무서우리만큼 냉정하다. 그라운드에서 나서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자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포항이 14개 구단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치는 세밀한 조직력을 갖추게 된 이유다.
K리그 최초의 브라질 감독으로서 3년 만에 정상 도전의 기회를 잡게 된 파리아스 감독이 남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연금술사’ 다운 솜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포항은 4일 성남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갖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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