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이명박 후보 측 핵심 인사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향해 "오만의 극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 측 일부 의원들이 이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와중에 나온 이 언급은 이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또 이 후보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기는 어려움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굳은 표정으로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박 전 대표 측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원래 그렇게 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었는데 너무 많이 늦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이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만나자고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후보 측에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 후보 측이 화합책으로 김무성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한 문제와 이 최고위원 문제는 별개의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상 이 최고위원 퇴진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측 한 핵심 의원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에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 후보가 당 화합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 최고위원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이 후보 측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일단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해서는 대응을 삼갔다. 분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양쪽 모두 서로 절제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 최고위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2일부터 2박3일 간 호남운하 지역 자전거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내부에서는 이 최고위원 퇴진 주장이 무리라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그러나 화합을 위해 어떤 조치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선대위 한 고위인사는 "정말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이날 "어떤 당내 사람들이 서로를 비판했는데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동료를 보고 완장이 어떻고, 이상한 용어를 써서 비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화합을 위한 수습에 적극 나섰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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