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과서에서 서정주의 시가 삭제되는 과정은 과거 ‘금서’를 통한 문학적 통제와 다를 것 없다.’(김춘식)
‘서정주의 민족지향성은 폐쇄적인 과거형에 갇혀 있었고 이것이 친일문학의 동인이 됐다.’(홍용희)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ㆍ1915~2000)의 친일문학론을 다시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미당의 제자들에 의해서다. 3일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가 전북 고창군 미당 시문학관에서 ‘미당의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 를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대회가 그 자리다.
김춘식 동국대 교수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서정주 문학세계의 전반을 ‘친일’로 일반화한 뒤 윤리적 비난으로 일관한 ‘미당론’의 비논리성을 비판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서정주의 친일시는 불과 4편으로 그의 전체작품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마저 명확한 근거 없이 ‘친일정신’의 내면이 반영돼있으리라는 전제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친일자에 대한 처단을 겨냥한 비난은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주체들의 ‘망각’을 위한 방식”이라며 “복잡한 식민지 상황을 인지할 때 친일문학의 문제는 규정과 처벌의 문제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서정주의 친일문학에 대한 경사는 ‘영원성을 지향하는 초월적 기질’이라는 그의 개별성에 기인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서정주는 서구근대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 동양적 전통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의 정신적 스승인 동양철학자 김범부가 화랑도의 풍류정신을 대안으로 받아들인 반면 서정주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영원성을 지향하는 그의 숙명론적 기질은 전통을 찾더라도 민족이라는 개별적 특수성을 건넌 뛴 채 동양적 전체성으로 치달았고 이는 대동아공영권과 바로 조우했다”며 “영원성을 지향하는 미당의 전근대적인 기질은 친일, 이승만과 전두환 찬양 등 권력이라면 절대적으로 받아들인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부족장의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한만수 소장은 “‘미당’과 ‘친일’이라는 주제의 선정에 대해서는 스승에 대해 예의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스승의 ‘공’뿐만 아니라 ‘과’까지도 아울러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그 분을 올바르게 기억하는 방식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이 행사를 열게됐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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