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측은 2일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대응 기조가 강경쪽으로 완연히 기운 모습이었다. 이 후보 본인과 원로급에서는 여전히 설득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선에선 이 전 총재 출마를 전제로 한 강경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날 대선잔금 문제를 제기해 직격탄을 날린 이 후보측은 이날엔 이 전 총재 출마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공세는 일단 멈추되 여론의 힘을 빌려 출마 저지를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 전 총재 출마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은 "잘못된 선택을 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당내 초선의원 30여명은 긴급 회동 뒤 기자회견을 갖고 "제2의 이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연대 21' 등 이 후보를 지지하는 외곽 단체도 이 전 총재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거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지금 이 전 총재 지지율은 순수한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이 아니다"며 "탈당해 출마하는 즉시 거품은 꺼질 것이다. 착시 현상을 일으키지 말라"고 말했다. 정두언 선대위 전략기획총괄팀장도 "이 전 총재가 출마해도 대세에 지장 없을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지는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대선 잔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해 진검승부를 해도 자신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하는 즉시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는 전략도 서 있다. 특히 대선 잔금 문제는 출마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슈화 할 태세이다. 이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사실 이 전 총재는 대선 잔금 문제 말고는 네거티브 소재가 별로 없다"면서 "독약이 될 수 도 있지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전 총재는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상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든 박근혜 전 대표든 정권 재창출에 힘을 모을 뜻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이 전 총재가 잘 결정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임태희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를 찾아가 "이방호 사무총장의 대선잔금 기자회견은 후보 뜻과 달리 개인적으로 한 것이니 오해 말라"고 달래기도 했다. 임 실장은 "오늘 밤이라도 이 후보와 이 전 총재가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회동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날 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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