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의 VIP 고객은 중소기업이다. 돈이 넘쳐 나는 대기업은 은행 돈을 가져 다 쓰지 않은 지 오래됐고, 당국의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중소기업이 없으면 돈 굴릴 곳이 없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이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이 80조원 이상 급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중기 CEO들을 충성 고객으로 묶어두려는 것이다. 중소기업 CEO 입장에서도 나쁠 리 없다. 은행과의 돈독한 관계는 위기 시에 빛을 발할 수 있는 법. 은행과 중기 CEO 간의 '윈-윈'인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전통적으로 기업 영업이 강한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에는 대기업 CEO를 대상으로 하는 '다이아몬드클럽', 중소기업 CEO 중심의 '비즈니스클럽'이 있다.
특히 회원이 3,000여명에 달하는 비즈니스클럽의 결속력은 대단하다. 10월 중순 이 클럽 회원 400여명은 '우리은행 행명 수호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가했다.
'우리'라는 행명이 보통명사에 가깝다는 이유로 타 은행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우리은행 거래 기업 CEO들이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추석 때에는 우리은행 자원봉사단과 무의탁 노인시설을 함께 방문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기업은행 역시 CEO 대접이 융성하다. '에버 비즈 클럽'이라는 차세대 경영자클럽을 통해 해외 경영세미나, 경영 승계, 세무 등 각종 컨설팅을 지원한다. 회원은 350명 가량. 클럽 가입을 위해서 거래은행을 기업은행으로 바꾸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2004년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 역시 기업은행 측이 상당히 공을 쏟는 곳이다. '기업과 은행이 상생의 파트너'라는 강권석 행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시장점유율이나 업적, 기술개발력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신망까지 종합 심사해 매년 3~4명의 CEO를 명예의 전당에 헌정한다.
신한은행도 여러 종류의 CEO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40대 2세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S포럼, 지역별 우수기업 CEO를 대상으로 하는 GS포럼 등 다양하다.
하나은행 역시 500여개 거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윈윈클럽'을 운영하며, 광주은행은 최근 영업 터전인 전남ㆍ광주 지역 중소기업 CEO 모임인 '광은리더스클럽'을 발족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팀 이성원 부장은 "참여하는 중기 CEO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최근 비즈니스클럽의 미주 지회를 결성한 데 이어 앞으로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CEO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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