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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울한 얼굴의 아이' 가라, 돈키호테 삶의 비의(秘意)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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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울한 얼굴의 아이' 가라, 돈키호테 삶의 비의(秘意)를 향해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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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 겐자부로 지음ㆍ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발행ㆍ520쪽ㆍ1만2,000원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듬해 ‘타오르는 푸른나무’ 3부작을 완간하며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오에 겐자부로(72ㆍ사진)는 95년 옴진리교 지하철 가스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 <공중제비> 를 99년 발표하며 소설가로 복귀했다.

오에는 2000년대 들어 4편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 중 판타지 동화 <2백년의 아이들>(2003)을 제외한 <체인지링> (2001), <우울한 얼굴의 아이> (2002), <책이여, 안녕!> (2005)은 그가 ‘마지막 장편 3부작’이라 명명한 작품이다.

오에가 장편 2편을 더 쓸 것이라는 게 최근 소문이니, 이 3부작이 정말 ‘마지막’일지는 더 두고볼 일이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 는, 오에의 처남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을 문학적으로 애도한 전작 <체인지링> 과 내용 면에서 연속성을 갖는다.

아내가 자살한 오빠의 연인이 낳은 아이를 돌봐주려 해외로 떠나자, 소설가 고기토는 장애인 아들과 자신의 소설을 연구하는 미국 여성학자와 함께 고향에 온다. 그의 귀향 이유는 고향 마을의 수호자인 동자(童子)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노작가를 맞는 것은 온갖 악의와 음모고, 이에 그는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며 반발한다.

고전을 이야기 속에 끌어들여 정교한 상호텍스트성을 구현하는 수법을 즐겨 쓰는 오에는 이번 작품에선 <돈키호테> 를 택했다.

현실의 난관, 상처의 기억 속에서 돈키호테처럼 자학적으로 좌충우돌하며 서서히 동자로 표상되는 삶의 비의(秘意)에 근접해가는 고기토의 모습에서 50년 가까이 창작에 정진하며 자기 혁신을 꾀해온 작가의 순도 높은 문학 정신을 체감할 수 있다. 3부작 마지막 편 <책이여, 안녕!> 은 내년 상반기 출간 예정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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