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군표(53) 국세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와 관련한 결정을 다음 주초로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전 청장을 소환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2일 중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속전속결 의지를 나타냈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는 2일 “소환 조사 내용과 참고인 조사, 검찰에서 여태까지 수집한 정보들을 비교 검토하고 관련 법률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검사장을 비롯한 간부, 수사팀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다음 주초에 구체적인 (사법)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과 판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검찰 주변과 법조계에서는 일단 현직 국세청장을 사법처리 해야 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은 확정됐지만 전 청장이 자신의 거취 등을 결정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 정 차장검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한 뒤 “(영장 발부에) 자신이 있다, 없다는 식으로 연결시키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동안 인사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는 정상곤(53ㆍ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일관된 진술과 달리 전 청장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거듭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전 청장 사법처리 과정에 장애를 만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씨의 상납 진술 외에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영장 발부를 자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 청장이 ‘업무협조비’ 등을 들고나왔다면 검찰로서도 전 청장 측의 공세에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법리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반응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청와대는 “전 청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법적으로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의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혀,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전 청장에게 사퇴를 요청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수사 방향과 강도를 둘러싸고 속도조절에 나선 검찰 지휘부와 속전속결로 나가려는 수사팀 사이에 내부 갈등이 빚어지면서 수사 전열에 혼선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정 차장검사는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검찰의 전 청장 불구속 기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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