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학 졸업학력을 위조해 육군 학사장교로 임관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신정아 사건'이 몰고 온 학력검증 돌풍으로 드러난 여느 학력위조 파문에 비해 훨씬 충격적이다.
흔히 '국방의 간성'이라고 하는 초급장교 후보의 가장 기초적인 자격요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숨겨진 위조사례를 모두 밝히는 것은 물론, 검증과정의 비리 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큰 것은 군 장교 후보 선발이 어느 분야보다 엄격한 자격 검증을 거친다고 믿는 상식을 크게 벗어난 때문이다. 과거 연좌제를 적용해 사상적 배경까지 따지던 군이 기본학력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저 검증이 허술했던 탓이 아니라, 알선 브로커와 연계된 비리가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의혹은 특히 졸업증명서 위조 대상이 필리핀 바기오 AT 대학 한 곳에 집중됐고, 드러난 것만으로도 2003년부터 되풀이된 사실에 비춰 한층 커진다. 한해 2~5명이던 이 대학 졸업증명 위조사례는 올해 8명이나 된다.
또 이들은 모두 동일한 브로커를 통해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그런데도 신정아 스캔들이 터진 올 8월에야 이들의 필리핀 체류기간이 너무 짧다는 첩보를 입수, 군 검찰의 현지 조사 끝에 학력위조를 확인했다고 한다.
대학 등 민간과 달리 갖가지 병역 비리를 감시하는 첩보ㆍ수사 능력과 경험을 지닌 군이 학사장교 한 기수에 8명이나 가짜 대졸자가 섞인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 8명은 지난달 임관 사흘을 앞두고 합격이 취소됐다. 그러나 13명은 버젓이 현역 근무 중이었고 2명은 이미 지난해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기초 자격조차 없는 이들을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교육ㆍ훈련시켜 장교로 임용, 사병들을 일선에서 지휘ㆍ통솔하는 임무를 맡긴 것은 군 조직에 가장 소중한 위신과 명예, 기강을 크게 해쳤다. 어떤 병역 비리나 과오보다 심각하게 반성, 철저히 규명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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