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53) 국세청장은 정상곤(55)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6,000만원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지방청장이 국세청장의 부족한 업무추진비(판공비)를 보조해 주는 관행에 따라 업무협조비 조로 받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씨가 예산 범위 내에서 업무추진비를 조달ㆍ상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1일 검찰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전 청장은 “정씨에게 돈을 몇 차례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업무협조비 차원에서 받았으며, 액수도 6,000만원 보다 훨씬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청장은 “지방청장이 예산 등을 절약해 모아 국세청장에게 업무협조비 조로 건네는 것은 국세청의 관행”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같은 해명 내용을 청와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뇌물과 같은 불법 자금이 아니고서는 수천 만원대의 돈을 예산 범위 내에서 조달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전 청장 역시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세청장이 업무협조비가 부족해 상납을 받는다면 지방청장은 어디서 그런 자금을 마련하겠느냐”며 “전 청장이 조직 관행이라고 주장해도 정씨가 불법 로비 과정에서 받은 자금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 청장의 지시로 정씨에게 상납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대(55)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올해 8, 9월께 전 청장의 권유로 당시 검찰에 구속돼 있던 정씨를 만나 “‘지금 혹시(누구에게 돈을 줬는지) 말하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남자로서 가슴에 묻고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부산청장은 8월 중순께 전 청장이 “(구속된 정씨가) 전임 부산청장인데 도리상 한번 찾아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해 두 차례 부산지검에서 교도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씨를 만났다고 시인했다. 이 부산청장은 그러나 “당시는 전 청장의 연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정씨에 대한 진술 거부 요구나 입막음 시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 청장은 검찰의 1일 오전10시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부산지검에 전달했다. 전 청장은 이날 저녁 항공편으로 부산에 도착, 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전 청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성실히 검찰 수사를 받겠다”며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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