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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 "나는, 무협은 꿈꾼다… 평천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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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 "나는, 무협은 꿈꾼다… 평천하를"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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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부터 72년까지 쓴 15편의 무협소설로 진융(金庸ㆍ83)은 중국 현대문학의 살아있는 신화가 됐다.

해박한 역사 지식과 문화 소양에 기반한 진씨 작품들은 “아(雅)가 없고 속(俗)만 있다”며 무협소설을 하대했던 중국 문학의 전통을 무너뜨렸다.

그의 소설은 ‘중국의 성경’ <마오쩌둥 어록> 의 판매고를 오래전 앞지르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고, 올해 베이징 시내 고등학교 개정 교과서에서 국민작가 루쉰의 <아큐정전> 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찰 만큼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72년 <녹정기> 를 끝으로 절필한 이후 진씨는 기존 작품의 내용 오류, 표현 등을 손질해 재출간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융 소설의 최고봉으로, 80년대 중반 <영웅문> 이란 제목으로 국내 무단 번역됐던 ‘사조(射鳥) 삼부곡’(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의 최신 개정판은 저자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은 김영사가 지난달 번역 완간했다. 진씨는 올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당(唐) 역사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내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1일 진융 전집을 출간하는 홍콩 밍허(明河) 출판사에서 진씨를 만나 2시간 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24세 때 고향 저장성을 떠나 그는 평생 홍콩에서 살아왔다. 진씨는 “북한의 군인 친구들로부터 한국에서 비공식 출간된 내 소설들이 그 곳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송대부터 명대까지의 왕조 교체기가 내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상상력을 자연스레 녹이려면 무엇보다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 중국 역사책 수백 권을 여러 번 통독했다.”

-<의천도룡기> 만 해도 등장인물이 100명에 가깝다. 하지만 당신이 창조한 수많은 인물 중엔 비슷한 사람이 없다.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다.

“세상 사람의 성격 모두가 각양각색임을 늘 염두에 둔다. 한 작품에서 어떤 유형의 영웅을 창조하면 다른 작품에선 절대 쓰지 않는다.”

-진융의 무협소설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역사,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다. 어떻게 쌓은 것인가.

“역사책이나 문학 고전을 보면 내 작품에 나올 인물의 모델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을 언제든 찾을 수 있다. 그런 책들을 많이 수집해 수시로 참고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당신이 바라는 '상상적 중국'을 제시한다는 분석이 많다.

“평화롭고 전쟁 없이 공덕을 쌓는 사회를 바란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세계가 그랬으면 한다. 수ㆍ당 시절 중국은 한반도 삼국과 전쟁을 일으켰는데 지금 중국인들은 당시 침략전쟁이 나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반성과 함께 공존의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 중 무엇이 중요한가.

“예술성이 상업성보다 우선이다. 예술성이 있어야 상업성이 있는 것이며 그 반대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장금>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런 작품이 홍콩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이 루쉰 대신 당신의 무협소설을 교과서에 채택한 이유는 뭘까. 홍콩을 중국에 적극 융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을까.

“5년 전부터 내 소설이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해서 많이 확산됐다. 정치적 고려보단 <아큐정전> 이 80년 전 작품이다보니 요즘 학생들을 교육하기엔 시대에 뒤떨어진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당시 중국문학은 피동문을 자주 쓰는 등 구미 문학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홍콩의 유력지 명보(明報)를 창간해 오랫동안 정치 평론을 했다. 정치적 입장이 창작에 영향을 끼친 적은 없나.

“평소 ‘정치 평론은 오른손으로, 소설은 왼손으로 쓴다’고 말해왔다. 정치는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20, 30년 후에도 독자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해줘야 할 문학의 사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 <녹정기> 엔 나도 모르게 정치적 입장이 많이 반영됐는데, 출신이 모호한 ‘위소보’를 주인공 삼아 개별 민족보단 중화 민족이란 통합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당신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학(金學)'이 생겨났다.

“베이징대를 시작으로 중국과 대만에 내 소설을 연구하는 학과가 많이 생겼다. 원인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방한 계획은.

“작년 10월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아 여행했다. 금년엔 한국외대 초청으로 공식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다른 일이 생겨 아쉽게 못갔다.”

홍콩=글ㆍ사진 이훈성기자 홍콩=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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