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이란을 겨냥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종 카드는 무엇이 될까.
이란 핵 무장 여부를 두고 각종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3차 세계 대전”까지 경고했지만, 이란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 미국으로선 외교적 압박이나 군사 행동 양측면 모두 대응 카드가 마땅찮아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1일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의 제재나 위협이 두렵지 않다”며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핵 문제를 놓고 최고지도자와 이란대통령 등 강온파간 갈등이 있지 않느냐는 서방의 시각을 일축한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도 “서방이 공격해오면 호된 반격을 맛볼 것”이라며 콧대를 세웠다.
이란의 이 같은 자신감에는 미국이 쉽게 자신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이 전면전을 감행하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격 명분이 빈약하다.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5년 이상이 걸려 시급한 현안이라 보기도 어렵다. 미국은 이라크전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 생산을 내세웠지만, 잘못된 정보였던 전례도 갖고 있다. 이 같은 명분 부족으로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도 난제다.
시카고 선지는 전면전을 인정할 나라는 이스라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제 유가의 급등 등으로 이라크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위험도 다분하다.
전면전 대신 대두되는 것이 ‘국지적인 정밀 타격’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란 혁명 수비대의 테러 지원 시설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소수 정밀 폭격으로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란 내 강온파 간 분열로 이어져 이란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계산이다. 클린턴 정부 때도 수 차례 국지전을 수행한 사례가 있고, 이란의 테러 지원으로 미군 병사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와 달리 이란 정권이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데다 이란의 게릴라식 반격으로 중동 전역이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도 크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뉴욕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에서까지 분쟁을 일으켜 20년 이상의 국지전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압박도 신통찮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 이란 고립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란은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나라와의 교역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유럽 역시 이란의 풍부한 천연 자원에 눈독을 들이는 실정이다. 유엔을 통한 경제제재 역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통과되기는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카드지만,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은 대 이란전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어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오콘의 대부로 불리는 보수적 칼럼리스트 노만 포드호레츠는 이란을 나치 정부에 비유하며 부시 정부가 이슬람 파시즘과의 대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각종 회의에서 수시로 “올해가 또 1938년(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해)이냐”며 세계 대전도 암시하고 있다. 보수파인 딕 체니 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란 반격-미국 개입’이란 이란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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