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대기획 다섯번째 '국토개발' 토론에서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버금가는 대항 축 또는 대응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됐다.
균형발전론을 비판해온 김성배 숭실대 교수는 "수도권을 인위적으로 찢어서 분산하겠다는 것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혁신도시를 나눠먹기 식으로 배치해서는 안 되며 지방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대항 축을 1, 2개 정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 논의에 참여했던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은 분산시켜야 하나 혁신도시 10개는 자생하기에는 너무 많고 당초 취지와도 달라진 것"이라며 "수도권의 국제업무 기능, 생활 문화 교육 기능을 분담할 수 있는 4개 정도의 대응거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이나 분산에 대해 두 토론자는 큰 편차를 보였지만 혁신도시 10개는 적정선을 넘어 도시간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혁신도시 등 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서는 이미 보상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폐기나 근본적 수정은 또 다른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돌이킬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이 정책을 실행할 때 혁신도시와 기존 대도시간 네트워크를 강화, 지역 내 양극화가 새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두 토론자는 조언했다.
서울의 경쟁력에 대해 변 교수는 "뉴욕은 2,000명 당 1명이 택시를, 500가구 당 1 가구가 식당을 하는데 비해 서울은 214명 당 1명이 택시를, 30가구 당 1 가구가 식당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과밀한 구조, 높은 땅값과 생활비로 서울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규제 때문이라고 덮어 씌운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서울은 집적의 이익이 있어 경제활동 인구가 모여드는 것"이라며 "서울의 집값, 땅값이 비싼 것은 그린벨트 등 토지와 관련된 규제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영성 기자 leeys@hk.co.kr
■ 김성배 vs 변창흠
새대정신 대기획의 다섯번째 주제인 '국토개발'이 전문적 분야여서 사회 없이 토론자간 논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회가 꼭 필요했다. 김성배, 변창흠 두 교수가 할 말이 워낙 많은지 사회가 중간에 말을 끊지 않으면 한없이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토론의 밀도가 높았고 진지했다는 얘기다.
_국토개발은 성장과 환경 등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깊게 연관돼 있습니다. 미래적 차원에서 국토개발의 방향을 말씀해주십시오.
김성배 교수= 국토는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자 경제활동의 터전입니다. 이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써야 한다는 측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의 국토개발은 이런 측면을 반영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국토개발 패턴은 다양하나 공통적인 두 가지 현상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과 경제가 집중돼 있다는 것입니다. 2003년도 OECD 자료 중 '가장 집중된 10%지역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정도입니다. 둘째는 고착화 현상입니다. 일본과 독일의 2차대전 전후를 비교하면 국토개발 패턴이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전 도시의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으로 도시가 재형성된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모든 국토가 다 발전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참여정부의 모토는 매력적이지만 불가능한 이상입니다.
한국의 경우 수출 지향형 경제가 도시를 만드는 패턴이었습니다.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도권이 우선 잘 발전해야 합니다. 물론 낙후지방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다 잘사는 것이 균형이 아닙니다. 문제는 지역간 불균형이 아니라 과도한 수도권 집중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축'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시적 측면에서 그것이 균형을 만드는 길입니다.
변창흠 교수= 6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산업단지 배치 등의 경제적 관점에서 국토를 개발했습니다. 초기에는 국토개발이 산업을 지원하는 기능을 한 것이지요. 이는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됐지만 수도권이나 영남에 국가지원이 집중되면서 영호남 갈등 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토는 원래 사람이 사는 게 제일 우선입니다. 그 안에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토는 그렇게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국토개발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는데 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입니다. 한 도시가 국가범위를 벗어나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 동안 생산성,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수도권 집중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전체 인구의 47%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통계청은 2020년까지 52.3%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목표로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는 거점 도시를 만들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든 지역이 다 발전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_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분산형 국토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분산시킨다고 해서 분산형이 될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만들면 수도권의 경제활동이 지방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미지수입니다. 수도권에 사람과 자본이 집중하는 데는 집적 이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염, 혼잡 등의 문제점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면 됩니다. 창출되는 이익을 없애면서까지 분산형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변= 균형발전을 얘기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만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균형발전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최초의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방에서 지역혁신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물리적 분산보다는 지역혁신의 방향을 잡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조급했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인 개발이 많이 일어났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김= 물리적으로 국토를 찢어서는 지역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 역할은 방향성을 잡아주는 정도여야 합니다. 참여정부의 문제는 중앙 정부가 너무 나선다는 겁니다. 국토 이용, 토지이용은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국가균형계획을 짜지 말고 재정지원, 권한이양을 해주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방향을 찾을 수 있게끔 해주는 분권을 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낙후된 남부지역 발전을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부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변= 균형개발 방법 중 하나는 분산이고 또 하나는 분권이고 나머지는 분업입니다. 그 중에 무엇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분권을 강조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분산과 이를 위한 국가 개입이 필요합니다. 현 상태에서 지방정부 스스로 혁신과 개발을 추진하라는 것은 '초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알아서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분권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분산이 더 필요합니다.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대부분 나라들은 공공기관을 지방에 분산시켜 자생적인 씨앗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경우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다소 문제라 봅니다. '어디로 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혁신도시도 10개로 분산하는데 대해 회의적입니다. 수도권, 충청, 대구 경북, 호남 정도로 4, 5개의 광역화된 대응축을 만들었어야 합니다. 지방이 초강력 클러스터가 돼 대도시권과 분업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분산이 이루어져야 분권, 분업도 이루어집니다.
김= 혁신도시를 건설, 분산을 시켜놓고 지방이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결국 아이디어 중심의 지역개발이고 이 아이디어가 성장의 핵심이 됩니다. 도시가 아이디어와 지식 중심이 되면 혁신이 되고, 또 국외적으로도 힘을 갖고 더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식이 가장 많이 축적된 곳은 수도권입니다. 핵심지역을 키워야지 무조건 나누겠다는 것은 발전이 없습니다.
_지역적 양극화 문제도 있습니다. 지방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는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통계를 보면 20, 30대의 고학력일수록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방 고교의 우수한 학생들도 의대 진학과 같은 경우가 아니면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합니다. 이것이 지속되면 지방에 고급인력이 남지 않습니다. 지방이 혁신을 하려고 해도, 혁신을 할 수 있는 고급 인적자원이 없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지방에 교육, 일자리, 문화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골고루 발전해야 합니다.
김= 광역권을 만들어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우려하는 점은 광역거점을 나눠먹기 식으로 도별로 배분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70년대에도 성장거점 정책이 있었지만 나눠먹기를 하다 실패했습니다. 대안은 서울에 대한 대항축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 개라도 대항축이 있으면 수도권에 대한 거부감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남, 서남 등 대항축이 2개 정도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변= 지역내총생산(GRDP) 외에 자산격차로 보면, 외국에 비해 우리가 훨씬 큽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채가 강북 아파트 몇 채를 합한 것보다 비쌉니다. 서울시의 GRDP가 낮은데 이는 경쟁력있는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서울에는 섬유 의류와 인쇄 출판 도소매업만 집중돼 있을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제금융이나 서비스업이 중심산업으로 성장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서울은 214명 당 1명이 택시를 하고 30가구 중 하나가 식당인데, 뉴욕은 2,000명당 1명이 택시를 하고 미국의 식당은 500가구꼴로 하나입니다. 수도권 자체가 경쟁력이 없는 것입니다. 높은 집값과 임대료, 비싼 생활비가 서울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 기타 산업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집중을 분산해서 비용을 절감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김= 다이어트가 필요하지만 서울을 찢는 것이 다이어트는 아닙니다. 서울 수도권에는 집적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 인구가 모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지역개발과 연관시키기 어렵다고 봅니다. 전국 집값 중 서울 집값은 38% 정도이고 서울에 사는 사람은 25% 정도입니다. 수치(38대 25)로 보면 조금 비싸다는 정도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상당 부분 금융과 연관되기 때문에 지역균형발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토지 규제가 무척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시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땅은 국토의 6%밖에 안됩니다. 도로와 공원까지 빼면 2~3%정도 밖에 안됩니다. 산지와 구릉지도 쓸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너무 규제가 많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분산을 하기에 앞서 그린벨트 등 규제를 정비를 하고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_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다음 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어 비효율적이지만 균분정책과 비슷하게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드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보상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게 됐습니다. 당초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과 약속을 했고 지자체가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나고 갈등과 비용이 더 크게 됩니다.
현 상황에서 지역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혁신도시와 기존 도시간 양극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혁신도시와 기존 대도시간 다핵화된 네트워크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령 대구를 중심으로 김천 혁신도시와 구미 포항을 네트워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기존 정책이 비효율적이고 부담되는 점은 있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만약 중간에 그만 두면 분명히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길 것입니다. 지금 보상이 되고 있는 것을 되돌리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_대선 현안 가운데 하나인 대운하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우선 물류 등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적인지부터 진단해주시지요.
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균형발전 정책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길이 만들어지면 내륙 항구가 생기고, 내륙 항구가 지역거점이 되면 예전엔 발이 닿지 않았던 곳도 발전할 수 있는 촉매가 됩니다.
유럽의 베니스나 캐나다처럼 관광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물동량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레크레이션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도시에 작은 물길이 생기면 내륙 운하 도시가 만들어지는데 물류 이익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효과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할만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예상 비용 14조원 중에 상당 부분은 골재를 팔아 충당하고 상당 부분은 민간자본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내륙 운하를 만들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많은 개발이 진행될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민자를 유치한다면 의외로 적은 돈으로 국가적인 부담 없이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 어디까지 운하를 만드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타당성을 넘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유럽과 우리는 기후와 땅 자체가 다릅니다. 유럽은 근본적으로 고도차이가 없는 평지인데,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특히 여름 3개월 동안 강수량의 80% 이상이 집중됩니다. 하상 계수(물이 가장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차이)가 낙동강의 경우 600이 넘습니다. 운하를 하기에 부적합니다.
물동량의 경우도 실어 나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배에 싣는 것은 주로 규모가 큰 화물입니다. 밀 석탄 철강석 시멘트 골재 등 포장하지 않은 상태의 것을 운송하는데 그 비중은 미미할 것입니다. 서울 기점 화물의 89%가 수도권을 목적지로 하고 나머지 11% 중에서 3%만이 부산까지 갑니다. 부산 기점 화물도 부산 경남 내에서 소화되는 게 81%나 됩니다. 긴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이 거의 없습니다.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약한다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한국의 물류비는 GDP 대비 12.5%로 운하를 이용하는 독일의 물류비 13.5%보다 낮습니다.
시간도 문제입니다. 이동 비용만 줄이는 것이지, 하역이나 보관 비용까지 계산하면 결코 싸지 않습니다. 또 물류는 정시 도착이 핵심인데 여름에 홍수 나고, 겨울에 물이 얼어 차질이 생긴다면 무슨 효용성이 있겠습니까. 골재 부분도 그렇습니다. 보통 골재는 50㎞ 정도가 이동 한계입니다. 즉 채취현장 주변에서 골재를 쓴다는 것입니다. 골재의 60, 70%를 수도권에서 쓰는데 낙동강 골재를 옮겨오기에는 너무 멀다는 것입니다.
고용창출, 산업 파급 효과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운하는 건설과정에서는 고용이 창출되지만 건설이 끝나면 고용 창출도 끝납니다. 건설 후에는 운용은 비용이 됩니다. 운하 관리기술도 첨단화가 돼 일자리도 그리 늘어나지 않습니다. 독일도 라인운하 종사자가 3만 명에서 7,000명으로 줄었습니다.
김= 물동량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추신 것 같은데, 관광 효과도 고려해야 합니다. 관광을 통해 지역 발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변= 물류는 빠른 것이 생명인데 비해 관광은 느림의 미학입니다. 두 개가 같이 갈 수는 없지요. 예컨대 잠실에서 출발해, 충주호까지 200㎞를 간다고 치면 평균 시속 20㎞로 잡아도 무려 10시간을 가야 합니다. 오전 9시에 출발하면 오후 7시에 도착하는 것이죠. 또 중간에 있는 터널 통과에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 무엇을 관광할 수 있는지요. 더욱이 우리는 하상이 낮아 배가 지나면서도 주변을 보기 어렵습니다. 관광 효과를 예상하기는 힘듭니다.
_대운하의 환경적 측면도 분석해보지요.
변= 강의 역할 중 하나는 수로입니다. 지금은 그게 퇴화됐고 지금은 상수도, 각종 용수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하를 만들면 강이 상수원과 수로의 역할을 같이 하게 됩니다. 수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수로형으로 강을 바꿔야 합니다. 강을 파야 하고 하안에 암벽을 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하안에 콘크리트를 치는 나라는 아무도 없습니다. 배가 지나가려면 홍수에 대비해서 하안까지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또 각종 대형 화물과 화학약품을 싣게 될 경우 식수원에도 위협이 됩니다.
또 환경개선 효과로 이산화탄소를 절감시킨다고 말하지만 철도를 이용하는 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훨씬 더 적습니다.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수로가 월악산을 뚫고 가는데, 고속전철은 양쪽에 3m쯤의 터널이면 되지만 3,000톤급 배가 지나려면 50~100m 크기의 터널을 2개나 뚫어야 합니다. 자연파괴가 불 보듯 뻔합니다.
김= 물길이 만들어지면 오염된 곳이 알려져 더 깨끗하게 되지 않겠나 봅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앞으로 나타날 문제에 대해 ‘사전 주의’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환경을 더 보호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경 보호도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봅니다.
_이왕 환경문제가 나왔으니 보다 포괄적으로 개발과 환경을 조화시킬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변= 우리 세대에서 효용성만을 기준으로 국토를 당대에만 이용하려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국토는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인데, 후손들이 바꿀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은 재앙입니다. 파괴는 순간이지만 복구에는 50배, 100배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개발사업이 정말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고, 사업 가치를 현재 가치로서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아껴쓰고 절약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 사회적 형평성, 환경적 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미래세대를 고려한 발전에는 모든 가치가 녹아 들어야 합니다. 총량주의 개발주의 성장주의는 지양해야 합니다.
김= 현재 도시 목적으로 쓰는 땅은 6%밖에 안 되는데 과연 개발을 무분별하게 했는가라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환경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하지 않으면 여러 불이익이 생깁니다. 저소득 국가에서 경제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아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도 많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재앙을 가져올 난개발이 아니라면 그것을 막지 말고, 비용 편익을 따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또 개발관련 법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고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94년 YS정부 시절 국토이용계획 제도가 개편되면서 수도권에 난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되짚어보면 정부가 기반시설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정부가 기본 틀을 짜주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이 되다 보니 그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죠. 도시적 토지 용도를 늘리기 위해 산지나 용지를 이용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변= 94년 개발 가능용지를 2~3배로 늘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목적은 ‘경제를 살리자’였습니다. 그러나 용도 변경이 가능해 지니까 가격은 더 오르고, 공급이 늘어나서 개발이 무자비하게 일어났습니다. 제지할 수단도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건축 자유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개발이 쉬운 편이지만 다른 나라는 사전계획 없이 개발을 못합니다. 몇 년 전 재경부에서 충격적인 토지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2020년까지 국토의 9.3%까지 도시 면적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현재 5.6% 수준에서 9.3%로 올린다는 것은 몇 십만년 동안 개발한 토지를 10년 만에 66%나 늘린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의 개발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릴 부작용도 큽니다.
사회= 이영성 부국장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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