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내주 탈당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대선 출마 선언이 상당히 임박했음을 뜻한다.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고, 그 수순을 밟기 위해 전 단계로 탈당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하려면 어차피 한나라당에 남은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이명박 후보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일단 탈당을 하면 이 전 총재는 진로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출마도 가능하고, 신당을 만들어 출마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진로 선택에 앞서 이 후보의 지지율 추이 등 대선 구도의 변화를 당분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총재 측에서는 “신당 창당 쪽은 아니다”는 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소속으로는 힘에 부치니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이 전 총재 측은 1일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전 총재를 겨냥해 2002년 대선자금 잔금 사용처 공개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막가는 행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이렇게 막가는 행태가 한나라당이 대선을 준비하는 모습이란 말인지 매우 걱정스럽다”며 “엊그제는 이 후보가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하고 오늘은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뭐가 진심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 전 총재와의 교감을 거쳐 발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도 내용을 보고받고 “허 그 사람들 참…”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다른 측근은 “한나라당이 이제 이 전 총재와 완전히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날 이 사무총장의 간담회 내용을 전해 들은 이흥주 지상욱 특보는 즉시 서울 남대문 이 전 총재 사무실에 모여 1시간여 동안 대책을 숙의했다. 이 특보는 입장 표명 전에 서울 서빙고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총재와 긴밀히 연락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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