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팬들의 사랑은 극진하다. 성적이 좋아도, 그렇지 못해도 늘 한결 같다. 성적이 조금만 나빠도 등을 돌리고, 심지어 욕을 해대는 일부 팬들과는 참 많이 다르다. 뚝심의 곰 이미지 그대로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아쉽게 역전패, 준우승에 머문 두산을 위해 팬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 두산 팬들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홈페이지(www.doosanbears.com) 팬 게시판인 ‘곰들의 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았다.
3일 동안 성금 모금에 참여한 팬들은 무려 1,000여명. 초등학생부터 60~70대 어르신들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뜻을 모으다 보니 액수도 천차만별. 1,000~2,000원의 ‘고사리손’부터 2만~3만원의 거금(?)을 낸 ‘큰손’도 있었다. 그러나 괜한 오해를 막기 위해 팬들은 5만원을 상한선으로 제한했다.
팬들은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을 지난달 29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패한 뒤 고개를 떨구며 덕아웃으로 들어간 선수들에게 쓰기로 했다. 선수들의 처진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하기로 한 것이다. 광고를 하고 남은 돈은 특별패널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프로농구 이상민(서울 삼성), 프로야구 이종범(KIA), 프로축구 안정환(수원 삼성)의 팬들이 작은 성의를 모아 신문에 격려광고를 낸 적은 있다. 그렇지만 선수단 모두를 위해 격려광고를 싣는 것은 처음이다. 특정 선수 1명이 아닌 선수단 전체라는 점에서 이번 두산 팬들의 광고는 의미가 남다르다.
두산 팬 류정완씨는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아깝게 지긴 했지만 두산 선수들 덕분에 올 1년이 행복했었다. 고개를 떨군 선수들을 보면서 ‘어떻게 위로해줄까’ 고민하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뜻을 함께 해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직접 고안한 광고문구는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수들이 있어 행복하고 고마운 팬들, 팬들이 있어 행복하고 고마운 선수들이다. 비록 졌지만 두산선수들과 팬들의 미래가 여전히 희망적인 이유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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