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수 지음 / 아르테 발행ㆍ311쪽ㆍ1만5,000원
라오바이싱(老百姓). ‘서민’ 혹은 ‘민초’를 의미하는 중국어다. 그들은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30년 전만 해도 중국은 노동자와 농민, 지식인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였다. 이들은 모두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입는 단색 ‘인민복’을 입고 견결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사회가 변하고 직업도 세분화됐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에는 이제 사영기업주, 전문기술자, 상업서비스, 자영업 그리고 외국자본기업의 경영진 및 기술인원과 변호사 의사 작가 같은 프리랜서 같은 직업들도 생겨났다. 한사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당국을 비웃듯 지금 이들 라오바이싱의 유일한 종교는 돈이다.
신문기자인 저자는 베이징 연수기간 동안 이들 라오바이싱의 생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가 만나 인터뷰한 이들은 사망한 광부, 임신한 여자거지, 흙범벅에 찌들어있는 농민공 등을 소재로 조각을 하는 민중예술가 장지엔화, 아버지의 축첩 사실을 당국에 고발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보호감찰 처분을 받은 여대생 왕징, 농촌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불법으로 삼륜차운전을 하다가 올림픽을 대비한 단속 강화로 일자리를 잃은 티엔짠쥔 등 남녀노소를 망라한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은 역사, 경제, 정치 같은 거대한 담론보다 훨씬 생생하게 중국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고도 경제성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농민공들의 불만, 과도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한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 농촌주민의 도시 이주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후커우(戶口) 제도에서 비롯된 도농차별의 심화, 부자들의 둘째부인을 소개해주는 사업이 성업할 정도로 심각해진 축첩 관행 등 오늘의 중국이 만물상처럼 들여다 보인다.
저자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딛고 경제강국으로 받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라오바이싱의 희생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 어느곳을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들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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