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31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보다 12단계나 뛰어올라 11위를 기록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등수놀이’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야 재미가 있다.
WEF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장기적인 번영가능성 등 한 나라의 미래를 평가하는 지표다. 기업의 경영환경을 중시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순위보다 의미가 있다.
물론 두 기관 모두 설문조사 항목이 많은 탓에 자의적인 판단이나, 조사 시점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전적으로 믿을 것도 못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점은 정부가 더 잘 안다. 그런데 1년 만에 WEF 평가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의 순위가 5단계나 추락하자“과거 WEF 평가와 달리 설문항목에 의해 순위가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라며“설문 응답률이 낮아 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했다.
설문비중이 높은 부문에서 하락한 것이 많았고, 일부 항목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며 일부 국가는 스위스 IMD 순위와 큰 격차가 있다는 점 등을 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설문항목이 79개로 지난해(66개)보다 오히려 늘었지만 이 같은 언급은 없다.
대신“현재의 국가경쟁력 향상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 취약 부문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진지한 분위기다. 점수를 짜게 준다고 교수를 욕하던 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개과천선한 꼴이다.
장담할 순 없지만 내년 WEF 평가에선 순위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설문조사 기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는 등 행운이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순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가경쟁력강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혁신 등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진성훈 경제산업부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