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는 2003년 8월 SK해운 비자금 수사에서 촉발돼 이듬해 5월까지 장장 10개월간 진행됐다.
수사 결과 당시 한나라당이 832억원, 새천년민주당이 120억원을 대선 자금 용도로 기업체에서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불법 대선 자금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로 인해 현역 의원 13명과 기업 총수 2명이 구속되는 등 정치인 30여명과 기업인 10여명이 사법처리됐다.
수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이 실린 차량을 통째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고, “새천년민주당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과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은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검찰은 잠시나마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대선 자금의 사용처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이 800억원대의 채권을 매입해 302억원을 정치권에 건넨 사실이 드러났으나 나머지 500억원의 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5대 그룹 위주의 표본 수사였기 때문에 대선 자금의 전모가 규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회창 전 총재의 경우 쓰고 남은 돈 154억원을 보관토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뒤늦게나마 돌려줬다는 이유 등으로 사법처리되지는 않았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완료됐기 때문에 만에 하나 수사가 재개된다 해도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 전 총재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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