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삼지연 공항에 내려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와 삼지연 연못을 본 뒤 대리석으로 지어진 소백수 초대소에서 특수목인 잎갈나무를 보며 잠자리에 든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시작(1998년 11월 18일) 9년 만에 금강산과 백두산, 개성을 잇는 그룹 숙원의 '트라이앵글 관광지도' 완성을 눈앞에 뒀다. 내년 5월이면 우리 국적기로 백두산관광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내달 예정된 남북 총리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백두산 관광 외에 12월부터 개성관광을 실시하고, 현재 운영 중인 금강산 내ㆍ외금강 코스 외에 비로봉 관광도 추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리 혐의로 물러난 김윤규 전 부회장 사태 이후 껄끄러웠던 대북 경협이 완전 정상화된 것이다. 그 동안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의 대북 관광사업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백두산 관광
백두산 관광은 10월 초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내용이지만, 그간 북측의 태도로 볼 때 실제 성사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1개월 만에 방북한 현 회장에게 북측은 특별기를 제공하는 등 예상 밖의 호의를 보였다.
백두산을 둘러본 현 회장은 현지의 공항 및 숙박시설에 대해 "일부 보수만해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연간 10만 여명으로 이들을 흡수할 경우 사업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삼지연 공항의 경우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40억원을 들여 활주로를 보수했다. 현대는 당장 보잉사 B737 기종의 이착륙이 가능해 한번에 200명 단위의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숙박시설로는 백두산 베개봉 호텔과 소백수 초대소 등이 있는데 비교적 관리가 잘 돼 있어 간단히 수리만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 상태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도로만 조금 보수하면 지금 당장 관광을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백두산 관광을) 묘향산 및 평양관광과 연결시키고, 비수기인 겨울철엔 스키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의 백두산 관광 비용은 60만~80만원, 3박4일은 100만 선 안팎이 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 경유 백두산 관광상품은 4박5일짜리가 80만~90만원 선이다.
● 7대 경협분야 독점권 재확인
개성관광은 김윤규 전 부회장 문제로 북측이 현대아산에 유일하게 제동을 걸었던 분야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개성관광 남측 파트너를 롯데관광으로 교체하겠다며 현대측과 갈등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다시 인정함으로써 답보상태에 있던 개성관광 길이 열리게 됐다. 북측은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조기 착공을 위해선 현대아산과 다시 손잡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관광 요금은 금강산 관광요금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현재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1박할 경우 35달러(약 3만1,500원)의 입객료를 북측에 지급하고 있다. 금강산 1박2일이 현재 29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개성관광은 입객료에 따라 다르겠지만 25만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로봉 관광 합의는 올 하반기 내금강 코스 개방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와 북측이 냉전 상태에 있을 때도 유일하게 협력이 잘 됐던 분야다. 금강산 관광은 내금강 코스 추가로 지난달 월간 관광객 기준 사상 최대인 6만명을 돌파했다. 금강산은 북측으로서도 확실한 현금사업이라는 점에서 추가 코스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SOC 사업도 청신호
현대그룹 방북단은 3대 관광 사업 외에 류경정주영체육관을 통한 문화교류사업과 개성양묘장 건설 등 문화 및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상호 투자ㆍ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그 동안 관광 일변도였던 현대의 대북 사업이 건설 등 타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는 중대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 회장의 방북 성과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고 정몽헌 회장 시절의 초기 단계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측은 이번 협상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 SOC 등 여러 사업이 논의됐는데 현대도 그런 사업에 참여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개성공단 등에서 부분적으로 하고 있는 건설사업 분야의 대북 진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송영웅 기자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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