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을 자비롭게 대할 때 다른 사람도 자비롭게 대할 수 있습니다. ”
세계적 가톨릭 영성수도자인 독일 베네딕도 수도회의 안셀름 그륀(62)신부가 방한, 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육기관인 전ㆍ진ㆍ상(全ㆍ眞ㆍ常)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륀 신부는 2,3일 이틀간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참된 자아와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인간성과 영성의 통합’을 주제로 강연한다.
-한국은 내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이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지도자는 먼저 자기자신과 일치해야 하고 평화를 갖고 있어야 하고 용서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 속에 들어 있는 긍정적인 면들을 읽어내 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기와 일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자기 안의 상처들을 잘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진주조개가 상처를 잘 소화하기 때문에 진주를 키울 수 있는 것과 같다. 두 번째로는 자기자신에 대해 자비롭게 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가 잘못할 때 힘들어 하고 자기를 용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심판하고 괴롭히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대한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영성이란 영적인 힘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그리스도인에게는 성령의 힘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을 만날 때 비로소 성령 안에 살 수 있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예수님의 지혜가 내 안에서 피어오른다.”
-왜 오늘날 사람들은 영성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자신과의 관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관계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영성을 잃어버렸다. 다시 영성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규칙적으로 사는 등 삶에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길은 바로 자기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다. 자기를 바로 알 때 하느님을 알 수 있다.”
-불교의 수행법인 참선을 응용하셨다고 하는데, 가톨릭 정통 기도와의 혼란은 없었는가.
“바닥에 앉지는 않고 의자 위에 앉는다. 1968년부터 75년까지 선(禪)묵상을 배웠는데 그 이후로는 같은 자세를 취하지만 예수기도를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예수기도를 할 때 마음에 더 따뜻함을 느꼈다. 선 묵상을 할 때는 냉랭함을 느꼈다. 저는 다른 종교와 대화는 하지만 뒤섞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내적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셨는가.
“학생 때 명예욕이 강했는데 공부하면서 어릴 때 받은 상처를 알게 됐다. 함께 수도 생활하는 형제와 대화하고 묵상하면서 치유했다. 휴가 때 어떤 호숫가에서 세상을 살면서 아무 문제도 없이 평안하게 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처가 있기 때문에 온전함을 찾게 됐다.”
-현대인의 가장 큰 영성 문제는 무엇인가.
“두려움과 우울증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두 가지이다. 이는 삶의 태도가 건강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언제나 나는 훌륭하고 완벽하다는 생각을 가짐으로써 혹시 잘못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증가한다. 우울증은 현대인들이 너무 빠르게 생활하는 부담에서 온다. 두려움 우울증을 느끼기 때문에 옳은 길을 찾게 된다.”
1945년 독일 융커하우젠에서 태어난 그륀 신부는 19세인 64년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했으며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집중연구하고 91년부터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영성 지도 신부로 널리 알려졌다. <아래로부터의 영성> <행복한 선물> <하늘은 네 안에서> <삶의 기술> 등 80여권의 영성관련 서적을 저술했으며 국내에도 그의 책이 10여권 번역되어 소개돼 있다. 삶의> 하늘은> 행복한> 아래로부터의>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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