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상승세가 무섭다. 출마설이 나온 지 10일 만에 지지율 15~16%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턱밑까지 따라 붙더니 일부 조사에서는 20%를 넘기며 2위에 올라섰다.
1일 밤 발표된 MBC ㆍ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는 22.4%로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며 2등을 차지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40.3%로 10% 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떨어졌고, 정동영 13.1%, 문국현 4.8%로 범여권 후보도 소폭 하락했다.
이날 함께 나온 SBS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는 19.1%를 얻어 17.1%인 정 후보에 앞서 2위에 올랐다. 특히 이 후보는 38.7%를 얻어 경선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13.7%(불교방송 여론조사)로 출발한 이 전 총재 지지율은 지난달 31일 15.8%(문화일보 여론조사), 1일 16.6%(서울신문 여론조사) 등 자고 일어나면 2~3%포인트씩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후보 진영을 떠나 이 전 총재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이 전 총재의 지지도가 20%를 넘어선 것은 무응답층에 숨어있는 박 전 대표 지지표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추세를 봐야겠지만 경선 이후 이 전 후보쪽으로 전향했던 박 전 대표 지지표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을 할 경우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전 총재가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가졌던 지지기반이 다시 작동하는 것"이라며 "BBK 문제 등을 고려하면 지지율이 30%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지율 20% 이상의 대안 후보의 존재는 네거티브에 강한 내성을 보였던 이 후보의 지지층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야당이 분열하는 구도라면 이 전 총재 지지율이 30%를 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실장은 "정통 보수층에서 벗어나 외연 확대에 성공한 이 후보 지지층의 특성상 표 잠식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리서치 김 이사는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선언을 할 경우 네거티브에 노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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