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한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낼 수 있는 중간광고 도입이 2일 방송위원회의 의결로 통과되면서 사회적 여론 수렴 없이 방송사의 요구만 받아들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있는 사항에 대해 시청자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방송사업자의 재원확보 주장에 방송위가 손을 들어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의 의결은 방송위원 9명이 표결해 5명이 찬성해 이뤄진 것으로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논란이 일었던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서는 표결이 아닌 의결로 결정했음에 반해, 이번 결정만 표결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밀어붙이기식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한다.
대선을 앞둔 정권 말기에 어물쩍 통과시켜 보겠다는 꼼수라는 비난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더욱이 매주 화요일 전체회의를 열었던 관례에서 벗어나 국회 확정감사 이후로 의결을 미룬 것은 국회의 비난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간광고 도입으로 지상파의 상업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시청자에게 지상파 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프로그램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점”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광고 홍수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의 시청권 침해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중간광고 도중 시청자의 재핑(리모콘으로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보는 것)현상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이 더욱 선정적이고 감각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매체 불균형을 초래해 지상파 독과점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상파TV에 광고를 몰아줘 신문ㆍ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의 광고가 감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문협회와 케이블TV협회가 “새로운 방송광고의 도입은 결국 신문과 케이블TV 등 타 매체의 광고 감소로 이어져 매체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 케이블TV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간광고로 지상파TV의 광고수입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5,3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ㆍ언론단체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내적 경영합리화나 중간광고로 인한 공익성 강화 방안 없이 광고수입만 늘리려는 것은 방송의 공영성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익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어린이, 다큐멘터리, 뉴스 등의 프로그램을 클린존(Clean Zone)으로 지정,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뿐이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영국 BBC, NHK 등 세계 유수의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공영방송도 국민에게 손을 벌리기 전에 임금과 인력조정 등 내부 개혁을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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