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하면 '보수대결집'을 기치로 걸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후보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며 더구나 대선완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보수층 일각의 인식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
이흥주 특보는 4일 "이 전 총재가 정치재개를 하면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화합할 수 있는 정파와 같이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창사랑' 상임고문 백승홍 전 의원도 "이 전 총재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흠이 많은 이명박으론 안 된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보수대결집 구상은 아직까지 추상적 수준의 담론에 머물고 있다. 이 전 총재측도 "출마 결심도 안 섰는데 보수대결집이라는 구체적 방법론까지 거론할 수 있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단기필마나 다름없는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도 현실적으로 그의 선택은 보수대결집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초기에 '이명박 후보 유고에 대비한 스페어후보론'이 거론됐을 때 "이 전 총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낸 것도 이 전 총재가 처음부터 이 후보와 각을 세운 차별화한 후보로 나설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재는 출마선언 때 이 후보를 공격하며 누가 좌파정권에 맞설 후보인지 가려달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누구와 손잡을지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 큰 원칙은 이 후보의 대북정책 등에 불안을 느끼는 강경 보수층을 끌어들이고 중도쪽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이미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2일 이 전 총재와의 연대를 위해서라면 기득권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9월 말 창당한 참주인연합의 정근모 후보도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총재에게 '건전한 중도보수 대연합'을 제의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가 성향상 중도 우파에 가까운 고건 전 총리에게도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충청 출신인 이 전 총재가 동향인 심 후보, 호남 출신인 고 전 총리와 연대해 각각 수도권과 호남을 기반으로 둔 이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맞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측 한 인사는 "고 전 총리 지지모임이 조만간 이 전 총재 지지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출마 자체가 보수의 분열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 특보는 이날 "고민의 시간이 오래 가는 이유가 그것(보수분열 책임론) 때문 아니겠느냐"며 "이 전 총재는 지금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을 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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