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대테러부대인 707 특임대대 소속 강명숙(41ㆍ여군 준사관 1기) 준위는 헬기, 수송기 등 1만 피트(3,300m) 이상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그 고공낙하를 4,002회나 했다. 여군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방부가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특전사 강하 현황’ 자료에서 확인됐다.
여성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 특전복과 낙하산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강 준위는 1984년 부사관에 지원했으며 86년부터는 특전사에서 고공낙하를 시작했다. 그 뒤 한창 때는 일주일에 3, 4일 정도, 하루에 9, 10회 고공낙하를 했다. 그렇게 점프를 하면서 강한 군인으로 단련돼갔지만 고통도 적지 않았다.
낙하산이 제때 펴지지 않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고 함께 한 동료가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강한 바람 때문에 산 속에 내린 적이 있는데 그때 그를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고생 때문인지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90년대 후반 호주에서 개최된 국제군인고공강하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고 매년 열리는 특전사령관배 대회에서도 최고 성적을 냈다.
2004년부터는 한발 물러나 낙하산 등 관련 장비의 정비를 책임지는 정비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도 세 달에 한번 꼴로 낙하를 해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강 준위는 “후배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고 싶다”면서도 “기회가 닿는 한 낙하는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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