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술판을 벌여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축구 국가대표팀 선발과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가 주최하는 대회 출전은 금지돼지만 K리그 경기에는 출전할 수 있게 돼 징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협회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위원장 이갑진)를 열고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중 숙소를 무단 이탈해 술판을 벌인 이운재(수원) 우성용(이상 34ㆍ울산) 김상식(31ㆍ성남) 이동국(28ㆍ미들즈브러)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상벌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갑진 위원장은 “동료를 충동질해 술자리를 만든 주동자와 단순 가담자를 구분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며 이운재에게 대표팀 자격 정지 1년과 협회 주최 대회 출전 금지 3년, 사회 봉사 80시간을 명했고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에게는 대표팀 자격 정지 1년과 협회 주최 대회 출전 금지 2년, 사회봉사 4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사회봉사의 시한은 금년 12월 31일까지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동국에 대한 징계는 국내 구단으로 이적한 후 소급 적용된다.
이갑진 위원장은 “이들의 음주 행위가 대표팀에 선발돼 있을 때 이뤄졌으므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소속팀에게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말하며 이들의 K리그 경기 출전을 가능하게 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단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마땅하지만 총책임자였던 핌 베어벡 감독이 이미 사임한 상황이므로 홍명보, 코사 코치에게는 엄중 경고를 내리는 선에서 그쳤다”고 덧붙였다.
당초 협회의 징계가 결정될 경우 산하 기관인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협회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선진 축구의 관례라는 점에서 리그 출전은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에서 일으킨 물의로 소속팀이 피해를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상벌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적인 성원에 반한 무책임한 행동을 한 이들의 행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이 내려졌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이운재 등에게 ‘대표팀 선발 금지’라는 징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해외 이적, 몸값 상승, 병역 혜택 등 대표팀 선발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이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출전할 수 없는 대회는 FA컵 뿐으로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못한다.
지난 10월3일 FA컵 준결승에서 심판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후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에 1년간 출전하지 못하는 ‘최고형량’을 받은 방승환(인천)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