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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도자 성향과 한미 양국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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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도자 성향과 한미 양국의 변화

입력
2007.11.0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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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각각 영국과 프랑스의 새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지금 유럽에서는 이들의 '대미(對美) 성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영국 해협을 사이고 두고 있는 이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서로 역할을 바꾼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전임자들과는 달리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를 친미쪽으로 몰아가고 있고 브라운 총리는 반미까지는 아니어도 작심한 듯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 英佛지도자 뒤바뀐 對美 성향

일례로 사르코지 정부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은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이란과의 전쟁'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강경론에 전적으로 호응했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들이 부추기고 있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단순히 엄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런 상황변화 때문이다.

반면 브라운 정부는 영국군 조기 철수를 통한 이라크전에서의 발빼기를 시도하면서 강한 대미 독자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때처럼 '부시의 푸들'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변화를 새 지도자의 성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들은 한 개인이기 앞서 유력한 정치세력을 대표하고 있고 그들의 정책이 차별성을 가지려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도자의 성향이나 노선, 스타일이 한 나라의 대외 관계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혼한 부인에 대한 질문에 발끈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 때 따지듯 부시 대통령을 몰아세운 것은 모두 그들의 개인적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극단적 보수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 대사가 최근 한국 대선과 관련해 언급한 것에도 실은 근저에 지도자의 성향을 중시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볼튼 전 대사 주장의 핵심은 미국의 대북 양보가 계속되면 한국 대선에서 노 대통령과 같은 대북 유화론자가 또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이 양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선에 직접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대북 정책을 바꿔서라도'제2의 노무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발칙한' 발상이다.

볼튼 전 대사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현실화 가능성도 물론 없다.

지금 한국의 대선후보 가운데 '제2의 노무현'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있는지, 있다면 그런 인물이 과연 또 필요한지는 한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때문에 볼튼 전 대사의 발언은 '수구 꼴통'의 독선 정도로 치부해도 좋겠지만 미국의 움직임을 상수로 놓고 그에 따른 여타 국가의 행동을 종속 변수로 여기는 미국 엘리트들의 일반적 사고방식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 韓美도 대선으로 새 모습 보일 것

노 대통령의 성향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보기에 부시 대통령의 성향에도 문제가 많다. 자신의 변화를 상정하지 않고 남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오만이다.

한미 양국은 이제 대선을 통해 각자 변화의 진통을 겪게 되고 향후 대북 정책은 이러한 변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양쪽 모두에서 그다지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한국이 노무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미국은 부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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