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이 대선출마를 저울질 하는 이회창 전 총재와의 관계 설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행보가 대선국면에서 태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는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관측이다. 다시 말해 이 전 총재의 행보가 파괴력을 가지려면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업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현재로선 그럴 뜻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전 총재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태도다. 이 전 총재와의 연대설 등 오해를 살 경우 힘들게 지켜온 경선 승복 기조가 일거에 허물어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경선 직후 백의종군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다”며 “국민 절대 다수가 이 후보의 사퇴를 말하거나 (이 후보가) 사법처리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전 총재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측이 공개적으로 이 전 총재와 선을 긋고 나설 것 같지도 않다. 당 분란 수습의 키는 현재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 이 전 총재 문제는 이 후보측을 압박할 지렛대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31일 이명박 후보가 당내 화합 차원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몫 지명을 사실상 박 전 대표에게 위임한 데 대해 김무성 의원을 추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강경 발언으로 당 분란을 증폭시켰던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는 계속하기로 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당초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측에 최고위원 두 자리를 주려고 했지만 이 후보측이 반대했었다”며 “이제 와서 이 후보측이 선심을 쓰는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입장표명을 분명히 요구한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이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또 다른 의원도 “이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당 화합책”이라며 “최고위원 한자리 주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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