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은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자산운용사에도 예외는 아니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게 신뢰다. 자산운용사가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수익률이 둘쭉날쭉한다면 목돈을 맡기기 쉽지 않다. 게다가 수익률이 잘못됐다면 더더욱 문제다.
그렇다면 얼마 전 기준가 산정 오류를 냈던 펀드들은 어떨까. 과연 이 펀드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도 '독야청청' 고수익을 내고 있을까.
펀드 기준가 산정 오류를 냈던 대표적인 펀드는 하나UBS자산운용의 클래스원월드셀렉션과 클래스원프라임셀렉션, 클래스원베스트셀렉션,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글로벌리츠재간접(옛 IMM맥쿼리자산운용의 글로벌리츠재간접)펀드다.
이들 펀드들은 모두 해외 재간접 펀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펀드들은 예외없이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발길을 끊은 것은 물론이다.
3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해외혼합형 펀드인 하나UBS자산운용의 클래스원월드셀렉션의 1년 수익률(30일 기준)은 9.35%로 같은 유형 펀드 평균 수익률(26.18%)의 3분의 1수준이었다. 1개월 수익률도 1.68%로 평균(4.97%)보다 낮았다. 320억원에 달했던 수탁액도 242억원으로 줄었다.
베스트셀렉션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채권형 펀드인 베스트셀렉션은 1년 수익률이 5.48%로 같은 유형 펀드들의 평균(5.57%)을 밑돌고 있다. 그나마 프라임셀렉션 정도만이 체면 치레를 하고 있는 상황.
해외리츠재간접펀드인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펀드의 경우도 1년 수익률이 6.18%로 동일유형 평균(9.47%)보다 낮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한때 1조 8,000억원에 달했던 수탁액은 7,000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이들 펀드들이 수익률 저조와 수탁액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유는 주요 투자 대상이 올해 들어 수익이 좋지 않은 부동산, 채권 등에 몰려 있기 때문. 게다가 중국펀드 등 신흥시장을 편입시킨 펀드들의 수익률이 고공비행하면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 탓도 있다.
하지만 펀드 전문가들은 시장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수익률이 좋더라도 투자금이 빠져 나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외 주식형 펀드인 한국월드와이드인디아 주식종류재간접 펀드는 1년 수익률이 44.43%로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46.65%)과 엇비슷하지만, 수탁액은 기준가 산정 오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억원(5월)에서 100억원으로 확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재간접 펀드는 해외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복제상품으로 시차에 따라 배당금, 환율 등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 항상 기준가 산정 오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점검 인력 확충과 함께, 기준가를 교차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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