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53) 국세청장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검찰과 국세청 양대 권력기관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전 청장의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하자 국세청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조직적 반발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힘센 기관'간 기세 싸움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그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전 청장이 정상곤(55) 전 부산국세청장으로부터 6,000만원을 상납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국세청은 적극적으로 전 청장을 보호하고 나섰다.
국세청은 "인사상 아무런 혜택을 받은 사실이 없는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줄 이유가 없고 그런 사실도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며 사실상 검찰수사를 전면 부인했다.
전 청장도 "검찰 수사가 거대한 시나리오 같다" "정신나간 사람(정상곤씨)의 진술 아니냐"며 검찰과 정면으로 대립했다. 현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에 응한다는 것 자체도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피내사자인 전 청장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던 검찰도 이례적으로 맞받아쳤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는 "(전 청장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리는가 하면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드라마를 만드는 방송국이 아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검찰로서는 전 청장이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고 '옷을 벗은' 상태에서 수사에 임하기를 내심 바랐을 법하다.
검찰은 전통적으로 국세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기업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방대한 납세자료를 확보하고 복잡한 회계기법 등에 대한 전문성까지 갖춘 국세청의 협조가 수사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국세청도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특별대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양 권력기관이 전 청장 소환조사를 두고 공방을 거듭하자 위태롭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때 검찰 수사에 반발해 전원 사표를 내자는 '극약처방'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도 칼을 빼든 이상 다시 거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고 권력자라도 이 정도 혐의가 드러나면 임명권자의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옷을 벗고 수사에 임하는 게 관례인데 전 청장의 경우는 이해할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전 청장이 끝까지 완강히 버티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전 청장도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출근길에 "복잡한 김상진은 사라지고 전군표만 남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광범위한 정ㆍ관계 로비의 진원지인 김씨와 검찰 등 다른 권력기관이 연루된 정황을 전 청장이나 국세청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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