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이 대폭 증가한 때문이다. 신용이 낮은 투기등급의 가계대출도 6월말 현재 123조원에 달해 전체 가계대출의 20%에 육박했다.
3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9.10%로 1998년(10.7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저점을 기록했던 2004년 6.29%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3%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가계가 벌어들인 돈 중에서 세금 등을 낸 것을 제외한 사용 가능한 소득(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고 하면, 이중 대출 이자로 9만1,000원이 나가는 셈이다.
가계의 금융부채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의 조치로 증가율이 지난해 11.6%에서 올해 상반기 8.6%(연율)로 둔화됐지만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난 탓이다.
신용이 낮은 투기등급 차주에 대한 가계대출 비중도 다시 크게 높아졌다. 6월말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682조원으로 이중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투기등급 가계대출은 18%(123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금액으로 12조원, 비중으로는 1.4%포인트 늘어났다. 저신용자에 대해 금융 이용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가계대출의 부실화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35조4,000억원이 순증한 중소기업 대출 쏠림 현상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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