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首長)은 요지부동이지만 조직은 차츰 흔들리고 있었다.
현직 국세청장의 검찰 소환조사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현실로 다가온 31일 국세청 분위기는 착잡하고 뒤숭숭했다. 여전히'설마'라며 전군표 국세청장을 믿는 모습이 대세였지만 '혹시나' 조직전체가 해를 입을까 봐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전 청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출근해 결백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성실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겠다.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화장까지 한 얼굴로 나타나 자신감을 드러냈던 지난 24일 퇴근길의 부인("금품상납 전혀 사실 아니다")과는 달리 고심한 듯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국세청 직원들은 일단 전 청장이 일관되게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정상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론 본다"는 입장이다.
지방청의 한 간부는 "1980년대에나 있을 법한 금품상납이 말이 되느냐. 국세청은 직원 청렴도도 1위였다"며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검찰 조사에서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검찰에 대한 날선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세청 관계자는"검찰이 매일 찔끔찔끔 의혹을 흘리는 게 수상하다"며 "관련자 진술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사해도 나오는 게 없으면 역풍을 피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악의 상황(혐의 사실 입증)에 대비해 조직 안정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한 직원은 "혹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개인 비리 차원에서 끝나야지 조직 전체로 불똥이 튀어 조세저항에 직면하거나 검찰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세청의 공식 입장은 언론 보도에 대한 짤막한 반박자료가 전부였고, 전 청장의 입장이나 조직 분위기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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