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1일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문제를 둘러싸고 하루종일 술렁였다. 긴장감이 정점으로 증폭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총재가 다음주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당내에선 출마 반발 움직임이 표면화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관측이 확산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시간을 끄는 것은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명분 등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이 전 총재가 최근 자신을 도왔던 인사들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반발기류는 거세졌다. 의원들의 비난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계진 의원은 "출마명분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잘못됐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며 "이는 살아계신 부모님 앞에서 장례를 준비하는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의원은 "이 전 총재 출마는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이 후보에 대한 최대의 네거티브"라며 "이 후보의 낙마를 전제한다는 것이 여당의 의혹 제기보다 나을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사람의 대통령병 환자를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최구식 전여옥 의원 등 초선 의원 9명은 이날 아침 모임을 갖고 출마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또 박종웅 전 의원 등 '민주연대 21' 회원 30여명은 서울 남대문 이 전 총재 사무실을 항의 방문,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정권교체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해당행위"라고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명박 후보측 분위기도 심각했다. 걱정은 되지만,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답답해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설득한다고 마음을 돌릴 문제가 아니고, 누가 찾아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도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지금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파도가 치면 피할 도리 없이 넘어야 하지 않겠나"며 출마를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 후보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이 전 총재 면담을 요청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서빙고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잡혀 있던 오찬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전 의원과의 면담 일정도 연기했다. 최종 결심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측근들은 "확실히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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