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옅은 먹구름이 끼었다. 아직 가랑비지만, 소홀히 대하다간 굵어진 빗줄기에 옷이 흠뻑 젖을 수도 있다.
이 후보의 앞길을 흐리는 것은 다른 후보들의 공세나 추격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당내, 지지세력 내부에서 터져 나온 불협화음이다.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결에서 비롯한 감정의 응어리가 다 풀리지 않았다.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박 전 대표 측을 충분히 감싸 안지 못했다.
선거대책본부 구성이나 당직 인선에서 박 전 대표 측에 불만을 남겼고, 측근들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한 '강경파'의 발언권이 여전히 필요 이상 강하다.
모두가 박 전 대표 측의 소극적 협력 자세가 근본 원인이라지만, 승자로서의 고답적 자세만 아니었어도 얼마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네 탓' 논쟁이 거듭되는 것 자체가 결국은 승자의 협량(狹量)을 확인시킬 뿐이다.
이런 당내 갈등만 없었어도 'BBK 의혹' 등 바깥 공세에 한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정감사 현장에서 익히 보았듯, '이 후보 방어'는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빠진 반쪽의 방어전에 그쳤다.
이 후보 측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직접적 계기인 이회창 전 총재의 독자 출마 움직임 또한 자초한 측면이 있다. 과거의 일도 있지만, 경선 이후 이 후보가 보인, 무시하는 듯한 태도만도 충분히 이 전 총재를 자극할 만했다.
이 후보의 정책 노선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어간다는 이유로 이 전 총재를 '보수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박 전 대표의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결과다.
이 후보와 주변의 이런 모습에 실망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사회적 갈등이 유난한 우리사회에서 요구되는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훨씬 작은 규모인 당과 지지세력 내에서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하자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최종 책임을 질 이 후보가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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