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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해·서영대 교수가 말하는 '단군신화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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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해·서영대 교수가 말하는 '단군신화 다시보기'

입력
2007.10.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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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의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단군의 부왕인 환웅(桓雄)의 것으로 봐야 하며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파악하는 신화도 한말 국민국가 형성을 위한 이데올로기 개발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민족문화의 원형과 정체성 정립을 위한 학술대회 III’ 에서 임재해 안동대(국학부) 교수와 서영대 인하대(사학)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발표한다.

임 교수는 <한국신화의 주체적 인식과 민족문화의 정체성> 을 통해 단군신화를 단군왕검의 고조선 건국신화라는 단일신화가 아니라 환웅신화와 단군신화라는 두 갈래의 신화로 분별해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민족의 세계관, 농경생활과 정착생활이라는 우리민족의 문화적 원형도 환웅시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임 교수는 단군신화를 ‘전조선기(前朝鮮紀)’로 분류한 이승휴의 <제왕운기> 에 주목한다. 이는 ‘(고)조선 이전의 기록’ 이라는 뜻으로 고려시대에 이미 고조선 이전의 환웅(신시)시대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했다는 해석이다. 그는 ‘홍익인간’ 이념 역시 고조선에서 비로소 수립된 이념체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홍익인간의 ‘인간’이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환웅시대에는 민족개념도 민족의식도 없었지만, 단군시대만 해도 곰 숭배의 맥(貊)족과 범 숭배의 예(濊)족이 등장했다. 홍익인간이 자민족의 이익을 추구한 민족중심주의가 생성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는 환웅시대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임 교수의 주장이다.

정착생활과 농경생활의 풍습도 환웅신화에 구체화돼있다고 덧붙인다. 신단수와 같은 일정한 나무 아래서 살았다는 것은 유목생활이 아닌 정착문화의 전통을 의미하며, 환웅이 천상에서 끌고온 풍백ㆍ우사ㆍ운사의 세 막료가 농사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농경문화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상에 머물면서 다스렸다’는 의미가 담긴 ‘재세이화’의 이념도 자연스럽게 일정한 공간에 정착해서 살았던 환웅시대의 것으로 해석된다.

임 교수는 단군은 부왕 환웅의 이념을 계승한 것으로 본다. 임 교수는 환웅신화의 적극적 해석은 북방민족의 곰 숭배나 유목민들의 수조(獸祖)신화에 근거해 단군의 정체성을 북방유목민족으로 보는 일부 학자들의 유목민족기원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의를 찾는다.

서영대 교수는 <민족정체성 확립에 이바지한 건국신화의 기능> 이라는 논문에서 한말의 ‘단군 민족주의’에 주목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전 왕조의 카리스마를 계승했다는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단군을 국가의 시조라고 존중하기는 했으나 기자(箕子)보다도 위상이 낮았다.

그러나 을사보호조약을 전후해 일제의 국권침탈로 인해 저항과 결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념으로 단군의 위상이 높아졌다. 봉건체제의 붕괴로 군주대신 민족이 국가의 중심개념으로 등장하면서 ‘충군애국’ 을 대신할 수 있는 논리로서 ‘민족은 단군의 자손’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 단군이 기자의 위상을 뛰어넘어 언론에서는 단군을 ‘단군성조(檀君聖祖)’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신문의 연도 표시난에 단기(檀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1910년께는 단군이 한민족 뿐 아니라 동북아 여러 종족의 시조라고 보는 주장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전에는 단군의 존재가 군주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했지만 구한말에 이르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대동단결을 강조하기 위해 ‘단군혈손의식’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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