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비효율과 낭비에 대해서는 질리도록 들었지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행태는 정말 기가 막히다. 민간 만큼 경쟁도 없고, 실적도 신경 쓰지 않는 편안한 환경에서 대우와 혜택은 민간도 꿈꾸기 어려운 최상의 수준을 누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다른 공기업조차 박탈감을 느끼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아무리 여론의 비난이 쏟아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더욱 그렇다.
산은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총인건비를 2002년보다 43.4%나 불렸다. 그 결과가 직원 6명 가운데 1명 꼴인 억대 연봉자다. 성과급 지급액은 그 사이 15배가 늘어났다.
부장급 직원이 받는 해외출장비는 정부 차관급 인사보다 하루 평균 100달러가 많다. 금융계의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다거나 고급 전문인력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도를 넘는다.
복지혜택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 4년간 사용한 사내 근로복지기금이 50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 한해 1인당 731만원씩을 받은 셈이다. 직원의 10%에 가까운 인원이 회사 돈으로 국내외에서 연수를 한다.
파격적 대우만큼 경영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2조원을 넘었지만, 대부분 자산 매각과 지분법에 따른 가치평가 상승 덕분이며, 이 거품을 거둬내면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해마다 3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도 서류상 수치만으로 흥청망청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김창록 총재는 신정아씨 사건에 휘말려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나 있는 상태다.
과거 개발시대의 산물인 산은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는 지적이 무성하고, 감사원도 역할 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산은은 세계적 투자은행(IB)을 지향한다며 오히려 몸집을 부풀리고, 방만한 경영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수출입은행과 해외업무 영역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시대적 역할을 다했다는 말까지 듣는 국책은행이 이 시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힐 만큼 대우가 좋다면 말이 되는가. 모두 공공개혁에는 눈도 돌리지 않은 이 정부의 과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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