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병원이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 품목 수(평균 4.13개)가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네 의원에서는 감기 환자에게 한번에 최고 9개 품목까지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 등 의약품 오ㆍ남용이 심각하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1ㆍ4분기 진료 내역을 바탕으로 ‘병ㆍ의원의 처방 건당 약 품목수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처방 1회당 약 품목 수는 평균 4.13개로 2005년(4.11개)과 지난해(4.21개)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미국(1.97개), 독일(1.98개), 스위스(2.25개) 등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우리 국민이 의약품을 과다 복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기관별로는 동네 의원이 4.24개, 종합병원 3.92개, 병원 3.89개 순이었다.
선진국이 만성질환이나 고령자에 대해 여러 품목을 처방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이나 소아, 청소년 등에 더 많은 약이 처방되고 있다. 흔히 감기로 불리는 급성상기도감염의 경우 한국의 처방 건당 품목은 4.73개로, 미국 1.61개, 영국 2.58개, 일본 2.2개를 크게 웃돌았다. 18세 미만에 대한 처방도 우리나라는 4.56개로, 미국 1.64개, 스위스 1.77개, 독일 1.85개보다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한편 서울 지역 20개 종합병원 가운데서는 삼성서울(호흡기질환ㆍ2.18개), 서울대병원(2.28개), 서울아산(2.42개) 등이 적은 품목을 처방한 반면, 백병원(4.53개)과 강남성모(4.5개), 한강성심(4.42개) 등은 평균(3.57개)보다 많은 약을 처방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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