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 회사원인 A(여)씨는 요즘 예뻐졌다는 주변의 칭찬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e-화장대' 덕분이다. 오늘 아침에도 '비가 오고 흐릴 확률 80%, 날씨가 어두우니 밝은 색조로 분위기를 전환할 것'을 코디해주는 e-화장대의 지침에 따라 옅은 기초 화장에다, 핑크빛 볼터치로 화사한 느낌을 줬더니 인상이 환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2. 불규칙한 생활로 변비가 심한 중소기업 사장 A씨는 대장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를 켜고 사무실에 앉아서 초미니 형태의 1회용 캡슐 카메라를 목으로 넘기면 대장내부의 상태를 훤하게 들여다보면서 원격 진료로 상태를 진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그리는 5년 이후의 미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쯤이면 e-화장대와 카메라 캡슐은 물론, 얼굴을 대면 피부상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피부측정기,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로봇, 전자 인테리어시스템 등이 일상생활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산업(신수종 사업)으로 에너지(태양전지 연료전지), 바이오ㆍ헬스사업(의료기기), 로봇사업을 선정해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의 삼성전자가 반도체 LCD 통신장비 같은 'IT부품기업', TV 냉장고 컴퓨터 같은 '디지털 가전기업'이었다면, 미래의 삼성전자는 '첨단 생활혁명의 리더'가 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삼성전자가 미래준비 사업으로 명명했듯 당장의 수익사업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사업으로는 ▦프린터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LSI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등을 꼽고 있다. 우선은 이쪽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에너지와 바이오ㆍ헬스, 로봇사업은 현재 씨앗을 뿌려 묘목을 키우고 있는 단계로 봐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3년~5년 이후에나 빛을 볼 아이템이라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태양전지 연료전지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미래 '주거혁명'과 직결되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에는 주택의 개념이 그저 에너지를 쓰는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때문에 태양열을 집적해 전력화하는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태양열 난방장치 등이 핵심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 세계 시장규모가 2010년 361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성장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지만 이미 미국 일본 독일이 시장의 80%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8월 LCD 총괄 석준형 차세대연구소장 산하에 태양 에너지 연구와 사업화를 모색하는 전담 조직(광에너지랩)을 만들었다.
반도체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ㆍ헬스사업도 웰빙ㆍ고령화 시대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정보기술(IT)와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의 융합으로 사람의 질병을 손쉽게 진단하는 바이오 칩과 생체인식시스템을 갖춘 반도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사업은 이미 정부에서도 집중육성대상으로 선정한 차세대 핵심사업. 현재는 가정용 청소로봇과 일부 공장내 로봇 정도가 상용화되어 있지만, 앞으론 세탁 세척 아이돌보미 같은 로봇이 개발돼 '주부들의 가사해방'과 '가사혁명'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극지나 좁은 공간 등에서 활동하는 로봇개발도 추진중이다.
생활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미래 먹거리 구상은 무한대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5년후엔 각 분야의 첨단 산업간 기술융합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나면서 전자기기도 IT 중심에서 건강, 바이오, 신에너지 등와 결합해 새로운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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