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2004년 대선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을 우려, 네오콘의 좌장 딕 체니 부통령을 배제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데일리타임스의 토머스 데프랭크 워싱턴 지국장은 지난해 작고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생존 당시 그와 나눈 대화를 기록해 30일 출간한 <내가 죽거든 써달라(write it when i'm gone)> 에서 이 같은 비화를 소개했다. 내가>
데프랭크는 뉴스위크 기자 시절인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뒤 부통령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포드 전 대통령을 취재하면서 신뢰관계를 쌓았다. 포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숨질 때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91년 데프랭크에게 워싱턴 정가의 비화를 구술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포드 전 대통령은 2004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 체니가 부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러닝메이트로 공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포드는 대통령 재임시 백악관 직원으로 근무한 체니를 똑똑하고 괜찮은 부하로 생각하고 아꼈으며 둘의 친분도 두터웠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의 한 인사가 대선을 앞두고 전화를 걸어 체니를 부통령 후보에서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타진했다는 것이다.
포드 전 대통령은 “체니를 낙마시키는 데 가담해 달라는 투로 얘기해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데프랭크에게 말했다. 그러나 체니가 부시의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데프랭크의 집요한 질문에는 “그렇다”고 수긍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체니를 대신할 인물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을 꼽았다고 데프랭크는 소개했다. 줄리아니는 2008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전의 포드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높게 평가했다. 다만 힐러리의 정치적 수완은 칭찬하면서도 그를 ‘야심을 가진 고식적인 스타일의 자유주의자’ 정도로 생각했다. 게다가 미국이 아직 여성을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로 힐러리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섹스 중독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데프랭크는 “포드 전 대통령은 부인이 약물, 알코올 중독과 장기간 싸운 데다 남에게 보복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클린턴에 대한 섹스 중독 발언은 진심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탄핵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해오자 탄핵으로 갈 사안이 안된다고 밝혔다고 책은 전했다. 그렇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선서를 하고 르윈스키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하지 않으면 그를 위해 증언할 수 없다고 말하자 클린턴이 요청을 철회했다고 데프랭크 기자는 전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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