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이형(31)씨의 첫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윤씨와 동갑내기인 한 시인의 시집 자서(自序) 속 표현을 빌자면 ‘기형(畸形)에 관한 얘기’다. 셋을>
기형은 검은 불가사리가 눈동자 위에 똬리를 튼 대필 작가(‘검은 불가사리’)나 뇌혈관 기형으로 언어 기능을 잃어버린 유망 시인(‘말들이 내게로 걸어왔다’)의 경우처럼 육체적이기도 하고, ‘3’이란 숫자에 불가항력의 혐오를 느끼는 표제작의 주인공이나 외모 콤플렉스가 강박 수준에 다다른 직장 여성(‘안개의 섬’)의 경우처럼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형(異形)이란 작가의 필명과 작품 속 기형들이 마치 샴쌍둥이 같다.
2005년 등단 이후 2년 만에 책을 묶었다. 신인 작가라면 으레 겪곤 하는 ‘청탁 없는 세월’을 건너뛴 셈이다. 이 젊은 작가에게 거는 문단의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나이로 서른, 이르지 않은 나이에 등단해서일까. 윤씨의 소설은 70, 80년대생 동세대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정서적으로 한결 차분해 보인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에 충실한 ‘모범적’ 20대를 보내던 윤씨는 틀에 박힌 삶과 불화하는 자신을 문득 발견했고, 그래서 글을 썼다. 첫 작품이 등단작이 됐다. 그는 “사소하지만 내게 절박한 것에서부터 글을 쓰다보면 어느덧 이야기가 완성되곤 한다”고 말한다.
윤씨 작품 중 여럿엔 현실-가상 혹은 현실-이상의 두 세계가 공존한다. 윤씨는 ‘피의 일요일’ ‘안개의 섬’엔 게임의 세계를 삽입했고, ‘판도라의 여름’에는 SF 기법을 본격 도입했다. 이런 이항(二項)의 세계는 선악, 우열로 갈리는 대립항이 아니다. 심지어 따로 나뉘지도 않는다. 기형 역시 정형(正形)에 삼투하는 ‘또다른 정형’이다.
윤씨는 인간을 이 불가분의 이항 세계에 던져진 존재로 여긴다. 관건은 두 세계 사이에서 동적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고, 그것이 윤리적인 삶이다. ‘DJ 론리니스’란 작품에서 일렉트로니카 음악 디제이 ‘나’는 여성 디제이 지망생에게 “DJ가 왜 턴테이블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쓰는지” 아느냐며 곡 전환 기법인 ‘크로스페이더’를 설명한다. “데크 하나에는 꿈을, 다른 하나에는 현실을 걸기 위해서. 누구도 원하는 대로 하나의 음악만 들으면서 살아갈 순 없어요. 곡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반대쪽으로 크로스페이더를 밀어붙여요.”(222쪽)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람의 속마음을 들춰내는 장치를 발명한 여성 박사의 이야기 ‘판도라의 여름’은 의심과 집착으로 두 세계 사이의 줄타기에서 실족한 자의 비극을 그린 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비롯, 책 속 몇몇 작품이 연애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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